봄비 / 정연복
밤새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
겨울 너머 먼 길
걸어오느라 고단한
새봄의 목마름을
해갈시켜 준다.
이제 추운 겨울은 가고
꽃샘추위도 갔으니
산에 들에
어서 꽃 피우라고
메마른 대지
촉촉이 적시는
보드라운
봄비.
...
봄비가 내린다.
이쁜 색시의 발걸음처럼 얌전히도 내린다.
우산을 받쳐들고 잠시 산책에 나섰다.
그래 보훈병원에도 아마 매화꽃이며 산수유가 만발했을거야.
모처럼 나리는 봄비가 몹시도 반갑다.
오랜 벗을 만나는 것처럼,
우리 이쁜 각시를 만나는 것처럼...
비에 젖은 매화꽃이 파르르 떨고 있다.
파르르 떠는 틈새로 매화향이 새어나온다.
가녀린 산수유꽃은 빗물을 머금고 있기가 버거운 듯 차라리 애처러워 보인다.
고향집처럼 느껴지는 보훈병원이다.
아버지께서 말년 몇개월을 보내시고 영면하신 곳.
아버님께서 떠나신 후로도 밤이면 한참동안을 이곳을 찾았다.
음료수를 사들고 아버님께서 계시던 병실도 찾아가고
아버님께서 영면하셨던 무균실도 살짝 들어가 보곤했었다.
지금도 가끔씩은 괜히 병원을 찾아 둘러보곤 한다.
비록 병상에 계셨지만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어쩌면 가까이에 있어 산소보다
찾기 쉬운 이유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찾은들 무엇하랴?
가신 분은 안계시는데...
병원을 산책하면서도 아버님께서 계셨던 병실쪽으로 자주 눈길이 간다.
마치 고향집을 바라보듯이...
봄비 탓이다.
반갑게 내리는 비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따로 탓할 이 없어
그대를 탓함이니 서운해하지 말고
계속 자박자박 내리려무나.
벗들과 점심약속이 있어 나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잠시 주절거려봅니다.
이쁜 봄비가 내리는 일요일
행복을 싹틔우는 하루되시길...
이은하의 '봄비'
https://youtu.be/GGSZdNAA1S0
임현정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https://youtu.be/oHReHugZd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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