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외로움으로 내리는 비...
/이채
새털 같은 시간들이
한웅큼씩 머리카락처럼 빠져나가네.
숭숭 구멍이 뚫린 가슴으로
삼베같은 비가 내리고
허옇게 보이는 맨살을 타고
콧잔등이 시큰하도록 불어오는 허무네.
지나고 보니 솔바람 같은 세월이었다.
싸리비로 빗물을 쓸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뒷모습이 젖어가고
외로움에 차가운 빗물이
서글픔에 뜨거운 눈물이
온기가 다른 두 액체가
하나로 흐르는 속내를 누가 알 것이냐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비오는 거리에서
남겨진 것이라고는 흠뻑 젖은 홀로였을 뿐
고독하더라도 진실이 좋았기에
하늘은 흐려도 맑은 눈을 가지고 싶었고
바람은 추워도 따뜻한 손을 지니고 싶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막다른 골목길에서도
거짓은 싫었지.
그저 초연하고 싶었다네.
지혜에 늘 목이 말랐다.
그래서
생각은 열었으되 입은 굳게 다물기로 했지
침묵을 지팡이로 장님처럼 살고자 했다네.
다 살지 않았기에 아쉬움이고
더 살아야하기에 외로움이다.
이제 눈을 감았거늘 빗물은 왜 고여 드는가.
빗물 같은 사랑
빗물 같은 흔적
빗물 같은 눈물
빗물 같은 추억
빗물 같은 세월
마디마디 시려오는 천 갈래의 쓸쓸함이여!
..............
비가 내린다.
장마 비답게 그칠 듯 말 듯 이어지다
눈물방울처럼 주르륵주르륵 쏟아져 내린다.
중년은 왜 외로운 걸까?
혹자는 외로우니까 중년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중년이니까 외롭다고 말한다.
아무려면 어떠랴.
그럼 외로움은 중년에게만 있는 걸까?
아니다.
고독하고 외롭지 않은 세대가 어디 있으랴?
청년에게도 노년에게도
빗방울 떨어지는 도로위에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새에도
고독과 외로움은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외롭다는 건 존재한다는 것이고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때로는 외롭다.
함초롬히 젖은 달맞이꽃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곳에도,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연분홍빛 자귀나무 꽃이 만발한 곳에도,
화사한 배롱나무 꽃이 피어나는 곳에도
남모를 고독과 쓸쓸함이 배어있다.
고로 외로움은 삶의 일부이고
즐겨야할 덕목 중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단비인지 궂은비인지 모를 비 내리는 오후
잠시 외로움에 젖어보심은 어떠실는지.
윤정하의 “찬비”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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