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가을이니까
때로는 기도도 하고
또 때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도 갖고
조금은 여유롭고 느긋하게
살아야할 것 같은데
산다는 게
그저 마음만 앞설 뿐
뜻 같지 않은 게 세상사라.
하지만 어쩌랴?
그래도
어쨌건 가을인 걸,
아름다워야 할 가을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나의 기도의 간절함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스스로를 너무 모르고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끔씩은 기도를 하자.
그리고 또
가끔씩은 자신의 내면을 한 번씩 들여다보자.
근데 사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별 볼일 없이 살아온 인생
굳이 뭐 하러 되새김질까지 하며 살겠는가?
그러니 자주는 하지 말고
가끔씩만 들여다보자.
그러나 기도는 자주 하자.
다음 가을은 몰라도
이 가을에는 모두가 행복하라고...
또 한 주가 가나 봅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도로변의 가로수들도
하나둘 울긋불긋 물들어갑니다.
물들어가는 가을풍경처럼
너의 마음 나의 마음
우리 모두의 마음도 가을빛처럼 곱게
물들어가는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빌어봅니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이브몽땅의 “고엽”
...........................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나에게 던진 질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미소 짓고, 손을 건네는 행위,
그 본질은 무엇일까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홀로 고립되었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듯,
첫 번째 심문에서 피고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엄정한 법정에 끌려나온 듯,
과연 내가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책을 펼쳤을 때 활자나 삽화가 아닌
그 내용에 진정 공감하듯이,
과연 내가 사람들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럴듯하게 얼버무리면서
정작 답변은 회피하고,
손해라도 입을까 겁에 질려
솔직한 고백 대신 번지르르 농담이나 늘어놓는 주제에,
참다운 우정이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세상을 탓하기만 할 뿐,
우정도 사랑처럼
함께 만들어야 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혹독한 역경 속에서
발맞춰 걷기를 단념한 이들도 있으련만,
벗이 저지른 과오 중에 나로 인한 잘못은 없는 걸까?
함께 탄식하고, 충고를 해주는 이들도 있으련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전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메말라버렸을까?
천년만년 번영을 기약하며
공공의 의무를 강조하는 동안,
단 일 분이면 충분할 순간의 눈물을
지나쳐버리진 않았는지?
다른 이의 소중한 노력을
하찮게 여긴 적은 없었는지?
탁자 위에 놓인 유리컵 따위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법
누군가의 부주의로 인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기 전까지는
사람에게 품고 있는 사람의 마음
과연 생각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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