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길로 가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박노해 시인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가을기운이 절로 묻어난다.
그러고 보니 이제 가을의 초입을 지나
제법 가을 속 깊이 들어 왔나보다.
가을은 벗어나는 계절,
아니 벗어 던지는 계절이다.
따사롭게 내리쬐는 가을의 양광도
봄부터 가꾸어온 열매와의 이별을
재촉하는 촉매제에 다름 아니다.
낮에는 괜시리 쓸쓸해지는 마음에 잠시
운천저수지를 산책하였다.
생각보다도 다소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따사로운 봄날
물위를 화사하게 수놓던 새하얀 벚꽃도
대지를 녹이기라도 할 듯 작열하는 태양을 벗 삼아
저수지 위를 장식하던 순결하고 우아한 연꽃도
모두 스러져 흔적을 감추고
반라를 지나 거의 나신에 가깝게
황량하게 서있는 벚나무,
그리고 차가운 물속에서 하나 둘
누렇게 변색되어가는 연잎들...
차라리 나뭇잎 하나 없는
겨울나무는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그들은 완전히 벗어던져야 비로소 편히 잠들 수 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동지섣달에도
그들은 스스로 떨군 나뭇잎을 이불삼아
다시 다가올 봄을 준비한다.
“불휘 깊은 남간 바라메 아니 뭴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비온 후에 땅이 굳는 다지만
너무 잦은 비에는 흙이 물러지는 법,
안밖으로 뭐가 이리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
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큰다지만
다 큰 애들이 대체 뭐하는 짓들인지...
오작이 봉황의 뜻을 알 수 없다지만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은
버러지만도 못한 속물들이 하는 짓들을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철이 들겠지.
세월이 가고 나도 철이 좀 더 들면
뉴스를 보면서 “미친년” “정신 나간 놈”이라고
되뇌이는 횟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하지 않았던가?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단풍은 미처 물들지도 못했는데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갈빛 낙엽들을 희롱하듯
이리저리 굴리고 다닙니다.
가을 환절기에 가장 유의해야 할 게 건강 아닐까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지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도 건강한 사람은 살아남습니다.
이래저래 상념이 많은 계절이지만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그리고 오늘도 알찬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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