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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카톡카톡/2020 보낸카톡

폭 설 /오탁번/200106

서까래 2020. 1. 6. 19:18

폭 설

/오 탁 번

 

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버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이 곡허것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쇼잉

..........

 

눈이 징하게도 오기 싫은 갑다.

오늘이 말만 소한(小寒)이지

사실은 큰형 뻘되는 대한(大寒)이가

놀러왔다가 혼줄 날 정도로 가장 춥다는 절기다.

 

소한에게 놀러왔다가 대한이 얼어 죽었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대한이 소한에게 놀러갔다가 얼어 죽을 뻔 했는데

그래도 제때 119에 신고해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 뒤로는 소한에게 놀러가기는커녕

그 쪽 방향으로는 오줌도 싸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소한인데 온 종일 줄 창 비만 내린다.

쏟아져 내리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쉬임 없이 내린다.

사흘 동안이나 내린다지.

하기야 이렇게 사흘 동안 쉴 새 없이 눈이 내린다면

어쩌면 오탁번 시인의 폭설같은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 게 어찌 이상 기후 때문이겠는가?

다 하늘의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판국에

맨날 눈이나 내려서 도로가 빙판길로 변해서

교통사고라도 뻥뻥 터지면....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겨?

눈이 너무 안 내려서 잠시 실성을 했나 모르겠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서 좋을 일이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겨울엔 눈도 내리고

추위에 오돌오돌 떨어도 보아야 한 겨울을 났다고 하지 않겠는가?

 

소한에 내려야할 눈은 안 내리고

궂은비만 하염없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

고사라도 지내고픈 마음에

오탁번 시인의 폭설이란 시를 끄집어내어 올려봅니다.

 

그래도 폭설이 내려서 좆돼버리는 것 보다는

비가 내려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겨울에는 눈 구경은 한번쯤 하고 지나가야겠지요.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월요일입니다.

근심 걱정이나 아픔은

모두 내리는 빗물에 흘려보내고

밝고 좋은 기운이 충만하여

활기차고 희망이 넘치는 한주,

그리고 한해 열어 가시길 빕니다.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https://youtu.be/OclGuizSqnw

 

박정현의 이제 그랬으면 좋겠네

https://youtu.be/Qutuimz91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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