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이른 시각에 홀로 목포 유달산을 찾았다.
광주에 살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자주 찾던 산인데,
케이블카공사를 하기 전에 찾은 걸로 봐서는
아마 몇 년 만에 유달산에 오르는 것 같다.
혜인여고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어민동산 방향으로 가다가
어민동산 삼거리에서 이등바위를 향해 오른다.
장수바위를 지나고 삼등바위를 지나며 바라보이는 목포대교와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럽다.
흐릿한 날씨에 아침 이른 시각이라 덥지는 않은데
습도 탓인지 이등바위에 이르니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등바위 옆 편편한 바위에서 이등바위와 일등바위를 마주하고 앉아
탁배기 한잔으로 주린 배와 갈증을 달랜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목포대교와 고하도 용마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진 시원스런 다도해 풍경이 눈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탁배기 한잔 마시고 바다 한번 내려다보면
싱싱한 생선이 입안으로 쏘옥 들어오는 느낌이다.
탁배기에 유달산의 정기와 다도해의 풍미가 더해져
입안에 파도처럼 찰싹찰싹 감긴다.
그렇게 탁배기 한 병을 비우고 소요정을 지나 일등바위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다.
그런데 일등바위에서 마당바위에 이르는
구간의 데크를 보고는 울화가 치밀었다.
유달산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섬세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이다.
특히 마당바위 방향에서 일등바위를 오르는
급경사의 돌계단은 개인적으로는 유달산을 오르는
최고의 기쁨을 주는 곳이었다.
그런데 아마도 케이블카를 개통하면서
관광객들의 편의만을 고려해서 오르기 편하게 데크계단으로 바꾼 모양이다.
그리고 젊은 시절 아내와 함께 매일 아침 오르던 마당바위의 절반쯤은 데크로 덮여버렸다.
그로 인해 명산은 망가졌고, 유달산의 운치는 반감되었다.
이유가 어떻건 슬프고 화나는 일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야 관광객유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굳이 유달산의 아름다운 옛 모습을 그렇게까지 훼손해야했는지 묻고 싶다.
사실 그 걸 보고나서는 기분이 언짢아서 별로 흥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왕 올랐으니 볼 건 다 보고가야지 어쩌겠는가?
유선각을 지나고 오포대를 지나 이난영노래비를 만나고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노적봉을 잠시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 달성사방향의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모처럼 유달산을 만난 기쁨도 크고 즐거움도 적지는 않았으나
정상부의 훼손된 모습은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전의 유달산 나 홀로 산행을 마치고
잠시 친구어머님을 찾아뵙고 나서
친구와 둘이서 대포 한잔을 곁들여 늦은 점심을 하면서
소화도 시킬 겸 고하도 해안데크 산책이나 하자고 했더니
친구 왈, 자기도 아직 유달산케이블카를 안타봤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로 건너가 산책을 하잔다.
한번 타봐야겠다 하면서도 기다려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미뤄왔던 터라 흔쾌히 동의하고 북항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요금은 대인 왕복기준 일반캐빈은 22,000원이고,
바닥이 투명유리닌 크리스탈캐빈은 27,000원이다.
이왕 타는 거 크리스탈로 표를 끊고 30분 남짓 기다려
케이블카에 올랐다.
장마철 흐린 날씨 탓에 시계도 흐리고
바닷물 빛도 흐려 케이블카를 타기에 적합한 날씨는 아니어서
제대로 된 경관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유달산과 다도해 그리고 목포 시내가 조망되는 풍경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실 나 같은 경우야 유달산과 고하도에서 자주 보아왔던 풍경이기는 했지만,
지상과 공중에서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분명 다르다.
고하도스테이션에서 하차해 고하도 해안데크 산책에 나섰다.
흐린 날씨가 햇살을 피해 해안데크 길을 걷게 도와주었지만,
오랜 장마 탓인지 물빛이 흐리고 바람이 잠잠해
날씨는 후텁지근하고 바다가 너무 잔잔해 지난번에 비해
산책의 묘미가 많이 떨어졌다.
땀방울에 흠씬 젖은 얼굴을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승강장에 가니
대기 줄이 너무도 길다.
탑승정원이 2명 탈수 있는 틈새자리를 부탁해 대기시간을 줄여
일반 캐빈을 타고 북항으로 돌아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왕 케이블카를 탈거면
크리스탈 캐빈을 권장하고 싶다.
작은 차이일지 모르지만 분명 그 묘미가 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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