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도
/ 하이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쓸쓸함으로 그려내는 가을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이게 하소서.
이 가을이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
고이 걸어두는 아름다운 가을이게 하소서.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 향기 따라 가을을 실어옴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흐느낌 속에서도
이 가을이 내게 쓸쓸함이지 않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하늘 뭉게구름 피어오르며
청명한 물길 따라 흐를 때
나 혼자 저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봄에
이 가을이 더 이상 외로움을
그려내는 가을이지 않게 하소서.
단풍나무 불 붙어 몸살 나는 그리움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내 고운님을 향한
나만의 곱고 고운 그리움이게 하소서.
..............
알게 모르게 슬며시 다가온 가을,
봄도 여름도 그렇게 왔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갔다.
기나긴 장마 뒤에
사정없이 무더운 여름이 도사리고 있을 줄 알았다.
허나 장마 뒤편에 숨어있던 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던 태풍들이었어.
그렇게 태풍들이 하나둘씩 스르르 또아리를 풀고
스쳐지나가면서 마지막 기지개를 켜려던 여름은 그들에게 모두 연행되고 말았어.
그리고는 뜻밖에 가을이 찾아왔지.
역시 가을은 달라도 확실히 뭔가 달라.
살결을 스쳐가는 바람결하며
고개만 들면 바라보이는 하늘엔 어느 나라 문자인지는 모르지만
가을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각인되어있지.
아마도 가을만큼 사랑스러운 계절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또 누군가에겐 가는 사무치게 외롭고 고독한 계절일 수도 있겠지.
그래서 가을을 사랑하는 어느 가수는 가을에게 애원을 했었지.
오면 가지 말아달라고...
그냥 희망사항일 뿐이야.
어쩌면 철없는 부탁인지도 모르겠고...
세월 따라 오고가는 계절을 어찌 붙잡겠는가?
그저 가을답기를,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가을이기를 바랄뿐이지.
그런데 정말 모를 일이야.
어느 날 갑자기 가을 태풍이 몰아치고 난 다음날 아침
이미 하얀 겨울이 다가와 있을지,
가을의 바지가랭이를 붙들고 늘어져봤자
결국 가을은 바지를 벗어던지고라도 어떻게든 지나갈 거야.
허니 가을이 가기 전에 가을을 만끽해야해.
그리고 갈 때는 미련 없이 보내.
이제 겨우 가을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야.
이래저래 어수선한 시절임에 틀림없지만
이 가을이 모두에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계절이었으면 좋겠어.
계절은 그저 부운처럼 흘러가지만
그걸 느끼고 깨닫는 건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몫이야.
이 가을엔 우리 모두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꼭 그러기를 바라고 기도할게.
아니, 우리 함께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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