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두수 보냅니다.
그냥 가을이 온 것 같아서요~~
가을의 기도(祈禱)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는 더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도록 그리 할 것입니다
잠을 못 이루고,
책을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흩날릴 때,
불안스럽게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
어느덧 절기는 가을인가 봅니다.
그냥 ‘가을이 왔는갑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가을은 왔는디
그러면 여름은 언제 왔다가 어디로 가버렸을까?
이번 여름이 오기는 왔었던 걸까?
때로는 계절도 건너뛰기도 하는 모양이다.
미처 느끼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지나쳐 가버린 여름.
결코 짧지는 않았을 여름날들이었으련만
여름을 만끽하는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주여 지난여름은 참으로 지겨웠습니다.
코로나와 장마, 태풍,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되었던...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생채기만 남기고
그렇게 여름은 가버렸다.
겨우 달력 한 장 넘겼을 뿐인데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하늘빛도 공기도 햇볕도 모두 가을 내음을 품고 있다.
가을,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계절이다.
이 가을에는 모두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얄미운 태풍도 이제 그만 좀 왔으면 좋겠다.
미치갱이들이 날뛰다 보니 날씨마저 광분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 가을에는 코로나도 막가파도 없는 세상에서
조용히 가을빛에 물들고 가을에 젖어서 살았으면 좋겠다.
이제 가을의 시작일 뿐이다.
가을을 열어가는 9월의 첫 주말
가을 기운에 풍덩 빠져서 알차고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그러기를 기도합니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송창식의 “딩동댕 지난여름”
'카톡카톡 > 2020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사람/201007 (0) | 2020.10.07 |
---|---|
가을 기도/ 하이네/200916 (0) | 2020.09.16 |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200825 (0) | 2020.08.25 |
사는 게 그렇습니다./200821 (0) | 2020.08.21 |
동그란 길로 가다/200814 (0) | 2020.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