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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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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야기하기 / 이어령/200924

서까래 2020. 10. 7. 19:43

나에게 이야기하기 / 이어령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 하네

이미 살고 있음이 이긴 것이므로

 

너무 슬퍼하지 말라 하네

삶은 슬픔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돌려주므로

 

너무 고집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의 마음과 생각은 늘 변하는 것이므로

 

너무 욕심 부리지 말라 하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으므로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 하네

죽을 것 같던 사람이 간 자리에 또 소중한 사람이 오므로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 하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실수하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너무 뒤돌아보지 말라 하네

지나간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더 의미 있으므로

 

너무 받으려 하지 말라 하네.

살다보면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기쁘므로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 하네.

천천히 가도 얼마든지 먼저 도착할 수 있으므로

 

죽도록 온 존재로 사랑하라하네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는 사랑하기 위함이므로.

...........

 

사는 게 때로는 슬프다.

더러는 맥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것이 인생일 것이다.

 

누군가는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말하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옛말처럼

개만도 못하게 살더라도 사람으로 사는 게 낫지

애완견처럼 사육 당하며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괜히 우울하고 무기력함을 느낀다.

아마도 시절 탓이겠지.

아니, 나이 탓인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시국에 이 정도면 잘 먹고, 잘 살고

나름대로의 행복도 누리고 산다고 말할 수 있으련만

보이지 않는 어떤 무거운 기운이

지그시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겪는 현상이겠지.

뭔가 침체되어 있는 자신을 본다.

 

하늘이라도 맑고 푸르면 막힌 가슴이 뻥 뚫릴 수도 있으련만

요즘은 우중충하게 흐린 날들이 많다.

가끔은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그래 내일은 밝은 애머랄드 빛과 짙은 코발트 빛이 어우러진

높다란 가을하늘을 볼 수 있을 거야.

 

내일 모레면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살다보니 참 희한한 명절을 맞이하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이 일상이 될지도 모르는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결코 그래서도 안 되고,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들에는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피어나고

배롱나무는 미처 채우지 못한 백일을 마저 채우려고

진홍색 꽃들을 붙들고 있다.

추석 무렵이면 피보다 짙은 붉은 빛으로 피어나는

꽃무릇이 도심의 녹지 공간 곳곳을 붉게 물들이는 계절,

그래 바야흐로 가을이다.

 

풍요와 낭만의 계절,

그래 가을은 참 예쁘고 아름답다.

그냥 그렇게 느끼고 살자.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하자.

이 가을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행복해하자고...

 

아마도 그럼 행복해질 것이다.

모름지기 가을에는 그래야 한다.

 

김정호의 달맞이꽃

https://youtu.be/9lINac-Hh9g

 

박걍수의 가을은 참 예쁘다:

https://youtu.be/MXBJxlLIt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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