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갑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들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시인의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라는 시입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매 단풍 지것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절로 튀어나오는 계절,
벌써 영락(零落)의 계절 “만추(晩秋)인가 봅니다.
말도 없이 오고가는 게 계절이라지만
봄, 가을은 너무나도 짧기만 합니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더니
가절단명(佳節短命)인가 봅니다.
안타깝고 야속하지만 가는 계절을 어찌하겠습니까?
경황없이 조금만 정신 줄을 놓고 살다보면
훌쩍 한 철이 지나곤 합니다.
그래선지 지난 2주의 주말은 오롯이 가을산을 벗하며 지냈습니다.
어쩌면 그게 가을에 대한 예의일 것도 같아서요.
지지난주 토요일엔 지인들과 지리산 칠선계곡을 찾아
여름내 선녀님들이 미역 감던 계곡수에서
선녀님들의 향내에 취해보고
일요일엔 가족 넷이서 우산을 쓰고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내장산의 단풍구경을 나섰지요.
새벽부터 내리는 얄궂은 비가 야속했지만
비에 젖은 단풍도 나름 운치는 있더군요.
가을비에 산행은 포기하고 내장사에서 원적골따라
원적암에 올랐다가 백련암을 거쳐 한바퀴 돌며
단풍구경만 실컷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토요일엔 산악회를 따라 내장산 너머에 있는 입암산성을 다녀왔는데
산 고개 하나 너머일 뿐인데 단풍철은 한주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더군요.
입암산은 나름 단풍이 절정인데
다시 내장산을 찾았던 둘째딸에 따르면
내장사의 단풍은 이미 추풍낙엽으로 변해 있더랍니다.
기실 입암산에서는 산행보다도 주님과 함께하며
얼굴 물들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요.
그리고 어제는 주독도 달랠겸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는데
연곡사 주변은 아직 단풍이 이른 듯도 한데
산에서는 계곡물 속에 잠겨있는 단풍들이
그들만의 자태를 뽐내고 있더군요.
단풍이 진 산에는 우리라도 물들어야지요.
만산홍엽(滿山紅葉)은 아니었지만
우리네 만면(滿面)은 단풍보다 붉은 홍조(紅潮)로 물들었었지요.
그렇게 스스로를 물들여가며
올 가을의 단풍구경은 이렇게 끝이 난 게지요.
하지만 어쩌면 가을의 진수는 낙엽인지도 모릅니다.
때가 되면 낙엽을 밟으며
그들이 전하는 사연에 귀를 기울여봐야 하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차가운 바람이 겨울을 부르고 있습니다.
겨울이 와도 그 뿐이지만 무엇보다도 건강이 걱정이지요.
코로나 독감, 감기 모두 멀리하시고
부디 건강하시게요.
허접하긴 하지만 내장사와 입암산성 산행사진 편집해서 배경음악과 함께 올려봅니다.
가을비에 젖은 내장사의 단풍
배경음악: 비틀즈의 “에스터데이” 카펜터즈의 “예스터데이 원스모어”
https://tv.kakao.com/v/413913718
내장산국립공원 입암산성의 만추풍경
배경음악: 박인희의 “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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