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거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가을비가 내린다.
가을비 따라 겨울로 다가가는
바람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온다.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일촌광음(一寸光陰: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
아직 지당(池塘: 연못)의 봄 풀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 했는가 싶더니,
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사귀는 이미 가을의 소리를 내는구나!“
명심보감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인생은 짧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대지만
백년 가까운 세월이 짧은 건 결코 아닐 겁니다.
그저 그렇게 느낄 뿐이고
더 오래 살고 싶은 우리 인간들의 욕심에서
연유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릇 아름다운 시절,
행복했던 시절은 삶의 여정에 비하면 너무 짧은지도 모릅니다.
가을이 짧은 건
가을이 아름다운 계절이어서가 아니고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짧은 건지도 모릅니다.
또 모르지요.
어쩌면 제발 나를 못 가게 붙잡아 달라고
가을이 우리에게 애원하듯 속삭이고 있는지도...
가을은 너무 짧고
겨울은 기나긴 겨울밤처럼 길기만 합니다.
그리고 눈이 없는 겨울은 너무 삭막합니다.
노란 은행잎이 대지를 노랗게 수놓듯
하얀 눈이 온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는
그런 겨울이라면
어쩌면 겨울의 길이도 조금은 짧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만추의 가을비는 추위를 부르고
겨울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겨울이 오는 건 두렵지 않으나
날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는 어디까지 확산될 건지 걱정이 앞섭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지요.
날로 쌀쌀해지는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어깨 활짝 펴고 사시는 나날이시길 빕니다.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
살바토레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
'카톡카톡 > 2020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적 거리두기?/201127 (0) | 2020.11.27 |
---|---|
이미 미쳐 있구나./201121 (0) | 2020.11.27 |
낙엽이 전하는 말 (0) | 2020.11.12 |
가을이 깊어갑니다./201109 (0) | 2020.11.09 |
낙엽/구르몽/201106 (0) | 2020.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