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무게
구름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비가 내린다.
슬픔이 많이 모여 있어
그것을 견딜 만한 힘이 없을 때
눈물이 흐른다.
밤새워 울어본 사람은 알리라.
세상의 어떤 슬픔이든 간에
슬픔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눈물로 덜어내지 않으면
제 몸 하나도 추스를 수 없다는 것을.
- 이정하, '슬픔의 무게'-
1월도 중후반을 향해 달려간다.
하늘도 큰 짐을 지고 산다.
며칠 전부터 먹구름을 잔뜩 안고서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더니
온 세상을 순백의 설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하늘이 감내하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대지에, 나뭇가지에,
차 지붕에 쏟아버린다.
차들의 속도가 줄어든 것은 길이 미끄러워서가 아니라
눈의 무게 때문임을 나는 안다.
겨울나무의 비애를 아는가?
나무들은 무거운 짐을 벗으려 추운 겨울임에도 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원치도 않는 흰옷으로 단장을 한다.
하얀 드레스에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처럼 아름답다.
나무가 지금 이 순간 추구하는 건
미(美)가 아니라 공(空)이다.
그래서 나무들은 오랜 벗들을 부른다.
바람을 불러 몸을 털어내고,
햇빛을 불러 눈을 녹여낸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단순한 눈(雪)물이 아니 눈물(淚)임을 아는가.
나무도 한철 만이라도
모두 내려놓고 쉬고 싶어 한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면
때로 나무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이 감내하기 어려울 만큼 가지들이 늘어질 때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짐이 있어 삶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적당한 게 좋지만 사실 적당이란 건 없다.
스스로 질만큼 지고 덜어낼 만큼 덜어내며
사는 게 아마도 지혜로운 삶일 것이다.
때 아닌 폭설로 불편함도 있지만
뜻밖의 풍경에 눈이 황홀해지는 아침입니다.
백설과 함께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가볍고 상쾌하게 열어가시길...
박강수의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미스터 투의 "하얀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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