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 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사랑에 까닭이 있을까요?
당연히 까닭이 있겠지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냥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처절한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게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알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그냥 그러기로 합니다.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 아닌가요?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기로,
그냥 모두 행복하기로 마음 먹으면
온 세상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모두가 행복하다면 또 누군가는 불행해질 겁니다.
꼭 그런 사람들이 있지요.
남들과 똑같이 행복해서,
남들보다 더 행복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평생 진정한 행복을 모르고 살다 갈 겁니다.
행복은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매한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바보인가요?
나 바보 아니지요?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오늘 하루도 행복하면 그만이지요.
부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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