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렀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쇼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 대야를 내동댕이 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이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동네 몽땅 좆돼부렀쇼잉
.........
하얀 눈이 내려 온세상을 설국으로 변모시켰습니다.
밤새 이십센치미터 정도의 눈이 쌓였는데도,
쉴새없이 눈이 내립니다.
새벽 눈길을 걷다가 느지막이 버스를 타고 줄근하는 길,
버스가 달리는 건지
기어가는건지 분간할 수가 없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침산책을 겸해서 사무실까지 걸어서 갔더라도 지금쯤은 사무실에 도착했지 싶다.
이렇게 가다가는 점심 때도 사무실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서리낀 차창밖으로 보이는 눈내리는 풍경이 싫지는 않다.
눈이 많이 내리면 교통의 불편함이야 감수해야겠지만,
폭설로 인해 큰피해를 입는 일이 적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버스를 탔기에망정이지
차를 가지고 나왔다면 몇 시간 동안 얼마나 피곤했겠는가?
세월이 좀 먹는 것도 아니고 느긋하게
차창 밖의 설경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보면 목적지에 닿겠지.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금요일,
성탄절이 모레이니 화이트크리스마스는 이미 보장된 듯 합니다.
눈길 조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주말,
그리고 성탄절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동경소녀의 "온세상에 눈이 내리면"
(음표)백미현의 "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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