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만...
매화꽃잎이 분분이 바람에 날리는 따사로운 봄날.
가톨릭대평생교육원의 능수벚꽃이 만발했다.
곁에 벗이 되어준 백목련도 순백의 자태를 뽑낸다.
허나 그녀의 치맛자락 아래로는 하얀 꽃잎이
떨어져내려 바닥을 하얗게 물들인다.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어가고
고매한 향기를 풍기던 매화꽃도
이제 서서히 이별을 고하고,
목련꽃도 정신 줄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불과 십일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도 버겁다.
하지만 어차피 화무십일홍 아니더냐.
달도 차면은 기우는 법.
황진이는 노래했지.
이렇게...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
좋은 시조이긴 하나
꽃들은 어차피 실일홍이요 쉬어갈 수도 없다네.
더러 백일홍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백일을 넘기지 못할 터,
그대 몸이 붉게 빛나는 날,
그대의 자태를 뽐내고 마음껏 즐길 일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늙어서 못 노는 게 아니라
몸이 말을 안 듣고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어서 못 모나니
놀 수 있을 때 놀고 즐기며 살 일이다.
화무십일홍이라지만
해가 지나면 꽃은 다시 피어나느니,
다시 못 올 우리 청춘이나 가꾸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의 봄날도 짧지만
언제나 봄날은 짧더이다.
하지만 봄날이 간다고
다는 아니지요.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아름다운 봄날이 지나면
작열하는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이 오고
결실의 계절 가을이 옵니다.
그리고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겨울은 또 어떻습니까?
사실 하나도 버릴 것 없는 계절이고
모두 그리운 시절이고
비록 힘겨웠더라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살았다면 아름다운 인생 아닐까요?
따지고 보면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가 맺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당연한 것도 그냥 당연하지만,
꽃이 피면 아름답다고 깜짝 놀라며 감탄하고
열매가 맺히면 세상에나 예쁜 꽃이
열매까지 맺었다며 그냥 호들갑스럽게 사는 것도
한판의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차피 세상만사 일장춘몽이요,
화무십일홍 아닙니까?
아름다운 봄날 그저 행복하시길 빌며,
점심 산책길에 대충 담아본
남도의 봄 풍경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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