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슬퍼할 것
어릴 때 물가에서 헤엄을 치다가
순간 당황하는 바람에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던 적이 있다.
다행히 뒤에서 따라오던 엄마가
바로 나를 건져 올렸다.
엄마는 항상 등 뒤에서
나를 지켜봐 주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서툴러도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돌아보면 엄마가 있어서 든든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내 세상에서 엄마가 사라졌다.
뒤를 돌아봐도
엄마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장례식을 마친 다음 날,
까치 소리에 눈을 떴다.
하늘이 맑다. 창밖으로 웃음소리가 들린다.
평화롭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엄마만 없다.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웃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내 상처가 제일 커 보였다.
별것 아닌 일로 징징거리는 사람을 보면
이해할 수 없었으며 때로는 우습기도 했다.
그렇게 가시를 잔뜩 세운 채 흘러갔다.
주변에 힘내라는 말이 크게 위로가 되지 않았고,
슬픔을 극복하려고 계속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엄마를 떠올리는 게 괴로우면서도
엄마와의 시간들을 잊어버릴까 봐 두려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가 애써 잊으려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충분히 슬퍼하고,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갔다.
충분히 슬퍼하고 나니,
비로소 내 상처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한때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그늘 없이 자란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그런 사람은 특유의 밝음과 긍정이 보인다.
하지만 내가 걸어온 길 역시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 준 나만의 길이다.
내 상처를 마주하고 나니
타인의 슬픔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상처의 크고 작음은 없으며 모든 상처는 다 아프다.
바닷가의 깨진 유리 조각이 오랜 시간 동안
파도에 마모되어 둥글둥글한 바다 유리가 되는 것처럼
나도 조금씩 둥글어지고 있다.
예전엔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세상에 무엇 하나
당연한 건 없으며 사소한 순간조차도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제 현재를 살 것이다.
떠나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해서 살자.
내 옆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자.
지금, 이 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니까.
- 하리, '충분히 슬퍼할 것' 중에서 -
감정을 절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자기 감정에 충실한 사람도 있으며,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려면 어느 정도의 절제는 필요할 것이다.
허나 충분한 내공이 쌓이지도 않은 사람이 너무 절제만 하다보면 깊은 병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는 슬퍼하고,
봄이 오면 봄을 즐기며 살자.
온전할 수는 없겠지만 적당히라도,
그도 안되면 하는 척이라도 하며 맞춰가며 살아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사인지 모른다.
집앞 대상공원의 벚꽃이 만발하고,
아파트단지 내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항상 한걸음 늦게 피어나는 쌍암공원의 벚꽃은 이번 주말이면 모두 피어나지 싶다.
광주 도심의 벚꽃은 아마도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까지 절정을 이룰 것이다.
가을에는 단풍을 즐기고, 낙엽쌓인 거리를 거닐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에는 하얀눈을 맞으며 겨울을 노래했었지.
꽃피는 봄이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지만,
인생의 봄날은 더 짧다.
어차피 온전한 삶이란 없다.
뭐가 됐건 할 수 있을 때 하며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면
세상만사 근심걱정 모두 던져버리고 오롯이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우리들 마음 속에도~~"
봄은 무르익어가고,
또 한주가 갑니다.
다음주가 가면 3월도 작별을 고합니다.
아름다운 봄날에 맞이하는 주말,
오롯이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이성애의 "잃어버린 장미"
최백호의 "그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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