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忍辱)은 여러 생명을 살린다
일본의 선불교를 중흥시킨
백은(白隱)1685~1768) 선사는
한때 송읍사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백은선사가 기거하던
절 입구 마을의 두부장수집 딸이
이읏사내와 정을 통하여 아기를 가졌습니다.
그 사실을 안 딸의 부모는 크게 분노하여
몽둥이를 들고 심하게 추궁했습니다.
"감히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가지다니!
어느 놈의 씨를 뱃속에 넣었느냐?"
살기등등한 부모님의 추궁에
딸은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청년도 죽고 자신도 죽고
뱃속의 아이도 죽기 때문입니다.
"뭉둥이로 패 죽이기 전에 사실대로 말해라,
내 그놈을 가만 두지 않겠다."
몹시 화가 난 처녀의 부모는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대라고
딸을 심하게 추궁하였습니다.
딸은 얼떨결에
<윗 절의 백은 스님...>라고 대답했습니다.
평소 두부집 장수는 백은선사를 존경했고,
이웃의 모든 사람들도 존경했기 때문에
평소 존경했던 스님을 죽일 수는 없고.
그 존경의 마음은 사라지고 분노의 마음이
백은 스님께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딸이 사내아기를 낳자
딸의 부모는 아기를 안고 스님을 찾아와 말했습니다.
"당신의 잘못으로 생겨난
당신의 아들이니 당신이 키우시오."
스님은 '좋다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아기를 안고 집집을 찾아다니며
젖을 얻어 먹였고 똥오줌을 받아주고
목욕도 시키며 정성껏 키웠습니다.
온갖 욕설과 비난을 받으며
백운선사는 젖동냥과 음식구걸로
애지중지 아기를 잘 키웠습니다.
아기의 진짜 아버지는
대장간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두부장수 딸과 청년은 결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처녀는
마침내 부모에게 이실직고하기로 하였습니다.
친부인 대장간 청년,
그리고 처녀의 부모들은 처녀를 대동하고
백은선사에게 달려가 전후 사정을 고하고
용서를 빌며 아기를 돌려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백은 선사는 순순히 아기를 내어 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 그런가?"
백은선 사는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하지도 않고 부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단 한마디의 변명이나 꾸중도 없이
단지 <아, 그런가?>라고 말했을 뿐이었습니다.
백은선사는 자신이 결백하였지만 구차하게
자신을 변명하거나 방어하지 않았습니다.
백은선사의 인욕(忍辱)이 세 사람을 살렸습니다.
그 후로 그의 명성은
일본 전체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백전백승(百戰百勝) 불여일인(不如一忍)
백번 싸워 백번 승리하더라도
한 번 참는 것만 못합니다.
- 좋은 글 중에서
치욕스러운 일을 참고 견딘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불교에서는 인욕이 육바라밀 중의 하나로
아무리 곤욕을 당하여도 참고 견디는 수행법이라고 합니다.
치욕을 대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를 겁니다.
불가에서는 수행의 방법이 되기도 하고,
어떤 분은 흰옷에 묻은 티 하나를 수치스럽게 여겨
세상을 뜨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살리고
억울하게 덧씌워진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정작 지구를 떠나야할 뻔뻔하고 파렴치한
족속들은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고
안타까워하지만,
어쩌면 구차함보다는 굵고 짧은 삶을 택한 뜻이 있을 테고,
어쩌면 의로움과 그릇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온다고 합니다.
살면서 치욕스러운 일을 겪지 않고 사는 게 상책이겠지만
세상사 뜻 같지 않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그저 참고 견디고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이곳 남부지방에도 비가 내립니다.
그리 많은 비가 예보되지 않아 걱정되지는 않습니다만,
해가 다르게 변하는 기상이변의 끝은 어디일까요?
한주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입니다.
불순한 일기로 주말나들이도 쉽지 않겠지만,
수해입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송소희의 “나 가거든”
(음표) 김윤아의 “야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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