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홀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간다.
- 김광균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庭園)의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질 때,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사랑하는 이의 인적(人跡)은 끊겨
거의 일주일간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宮城).
그래서 벽에서는 흙뭉치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서 '아이세여 나는 너를 사랑하노라.'라는
거의 판독(判讀)하기 어려운 글귀를 볼 때.“
다들 아시죠.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의 초입부입니다.
초추의 양광도 가을비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지만
가을의 중심에 서있는 10월을 보낸다는 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리고 돌아가는 시국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안톤 슈낙은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설파하지만
성냥을 든 세 살짜리 아이들 손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형국의
우리의 심정은 슬픔을 넘어 억장이 무너질 지경입니다.
하지만 철부지 어린 것들이 무엇을 알겠는가?
차라리 아무도 없는 물가에 가서 놀았으면 좋겠다.
“낙엽 타는 냄새 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 든지
연기 속에서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10월이 가고 11월이 오면 곱게 물들었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떨어질 것이다.
이효석 작가님께서는 낙엽 타는 냄새에서도
삶의 의욕을 느낀다고 하셨다.
비단 낙엽 타는 냄새뿐이랴.
삶의 의미를 일깨우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들은 도처에 널려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가을날에
곱게 물든 낙엽을 주어 모으듯이
삶의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날들이었으면 좋겠다.
10월이 간다.
그러나 슬퍼하지는 말자.
새로운 달 11월이 온다.
가수 이용씨는 “잊혀진 계절”에서
10월의 마지막 밤의 추억을 노래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그런 애틋한 추억마저도 없다.
그래서 외려 속이 편한지도 모른다.
10월의 마지막 날 산뜻하게 보내시고
다가오는 11월에는 보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시구요^^
(음표) 신계행의 “가을 사랑”
(음표) 차중락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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