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사람에겐 누구나
홀로 있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낙엽 밟는 소리가 바스락거리는
외가닥 오솔길을
홀로 걷고 싶기도 할 때가 있고
혼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명상에 잠기고 싶은 때도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서
인생은 달리기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결코 중단하거나
포기가 아니라 앞으로 보다 가치롭게
나아갈 길에 대비한 자기성찰 일 것입니다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나는 느낍니다
마른 가지에서 연분홍빛 꿈이 움트던 지난 봄
그리고 또 여름에는
살진 가을 열매를 맺기 위해
내리쬐는 불볕도 마다 않고
헌신적으로 받아내던 잎새의 수고로움
아아 그러한 삶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을이면 온갖 초목들은 어김없이
삶의 결실들을 거두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너는 과연 어떤 수고로움으로
어떤 결실을 맺었는가
자기의 모든 것을
태워 열매를 맺는 단풍잎처럼
과연 너는 너의 열매를 맺기 위해
땀과 눈물을 쏟았다고
떳떳이 자부할 수 있는가
그렇게 물어 볼 때마다 나는 비로소
초목들보다 성실치 못했던
내 모습에 낭패해하며
가을을 맞는 내 삶의 길목에서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 이정하
“어, 비가 내렸네”
오늘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보았으면서도
아무 의식 없이 새벽운동에 나섰더니 바닥이 젖어있다.
뭉그적대다가 다소 늦은데다가
다행히 비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어
한시간 동안의 운명을 하늘뜻에 맡기기로 하고
우산도 없이 아침운동을 나섰다.
가을비에 세수를 한 코스모스 꽃이 말끔해 보이고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이며 바닥에 쌓인 낙엽들도
가을비에 샤워를 마친 터라서인지 가을빛이 더욱 또렷하다.
이제 11월도 시작되고
비에 젖은 풍경들이 가을이 깊었음을 실감케 한다.
가늘게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반환점을 돌아올 즈음
이슬비인지 가랑비인지 모를 비로 변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하지만 옷 젖는 게 느껴진다.
비를 맞으며 걷는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아침마다 영산강변에서 왼손에는 까만 비닐봉투,
오른손엔 긴 집게를 들고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산책을 하는
7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어른이 있다.
처음에는 공공근로를 하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론은 순수한 마음으로
산책로 변을 청소하고 다니시는 분일 거라는 것이다.
오늘 아침 처음으로 쓰레기봉투 대신
우산을 들고 산책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세상은 아름다운 거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지 않나 싶다.
11월이 시작됩니다.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가을의 백미는 이즈음을 일컫는 만추가 아닐런지요.
떠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지요.
낙엽을 보며 사색에 잠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낙엽이 주는 교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겁니다.
떠나야할 자와 남아야 할 자.
모르겠다.
그저 훌훌 다 벗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비와 함께 맞이하는
11월의 첫날 즐겁고 알차게 보내시고,
행복하고 평안한 11월 보내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음표) 최헌의 “가을비 우산 속”
(음표)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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