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내 감꽃
여름은 감꽃 목걸이 엮어 주렁주렁
목에 걸면서 시작됐다
반쯤 벗은 소년들은 거웃이 돋기 시작한
잠지를 딸랑거리며 저수지로 뛰어들었다
놀다가 지치면 쌉싸래한 감꽃을
한 움큼 입에 넣고 어기적거리며 씹어 삼켰다
계집애들의 여름도 다르지 않았다
머스마 같은 몇몇 소녀는
러닝 차림으로 저수지에 뛰어들고
소년들은 봉긋 솟기 시작한 소녀들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낄낄거렸다
감꽃 목걸이 걸어주던 그 애가
그해 여름 저수지 물 위로 영영 나오지
않던 그날까지는 여름은 평온했다
오늘 저 아파트 사이
그 애가 걸어준 감꽃 목걸이
쌉싸래한 감꽃들이 탐스러운 감이 되어 매달렸다
그 소녀는 그곳에서 잘 있을까
서둘러 떠난 그곳에서 소녀는 잘 살았을까
지상에서의 세월은 수십 번 감꽃이 피고 졌지만
아직도 감꽃이 얼룩진 옷을 입은 채
서둘러 떠난 소녀를 잊을 수 없다
그해 여름의 감꽃이 홍시가 되어 물러터지던 날
슬그머니 묘비도 없는 그 소녀의 집 언저리에
붉디붉은 내 마음을 가져다 놓았다
선머스마 같던, 웃을 때 덧니가 예뻤던
그 여름의 내 감꽃
- 오광수
아마도 요즘 애들은 감꽃이
어떻게 생긴 줄도 잘 모를 것이다.
그리고 감꽃에서 감 맛이 난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감꽃도 감 맛과 다르지 않다.
떫은 감나무는 감꽃도 떫고,
단감나무 꽃에서는 단맛이 난다.
여름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에는
감나무 밑에서 감꽃을 줍곤 했었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더 많은 감꽃들이 속절없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었지.
여름이 지날 무렵 반쯤 자란 감들이 떨어지면
그 감을 주어서 단지 안에다 물을 넣고 된장을 약간 풀어
며칠 간 울여 내면 떫은 맛이 사라져 먹을 만 했다.
그리고 떫은 땡감을 그냥 먹을 때는
칼로 쪼개서 된장에 찍어 먹었었다.
요즘 애들에게 먹으라고 하면
아마도 입에 넣자마자 바로 뱉어낼 것이다.
그 때만 해도 그 만큼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모두들 사는 게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풍요로움에 있어서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변하고
무섭도록 발전했다.
마을에서도 유난히 잠지가 큰 애들이 있었다.
냇가에서 발가벗고 놀 때에
가끔씩 지나가던 어른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저 자식 잠지 큰 것 봐라.
이제 장가가도 되겠구만” 하며 놀리곤 했었다.
그러면 걔들은 부끄러워서 양손으로 잠지를 가리고
물속으로 잠수하곤 했었다.
그 땐 그랬었다.
지난 일들은 이렇게 추억이 된다.
이젠 현실 속에서는 볼 수 없고
추억 속에만 있는 모습들이다.
그래, 오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정말 대단한 여름입니다.
곳에 따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집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즐길 수 있으면 즐기며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김훈의 “그리운 내 고향”
https://youtu.be/ZMmuioqz45Q?list=RDZMmuioqz45Q
(음표) 조수미의 “가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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