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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내 감 꽃/오광수/260730

서까래 2026. 7. 30. 10:01

그 여름의 내 감꽃

 

여름은 감꽃 목걸이 엮어 주렁주렁

목에 걸면서 시작됐다

반쯤 벗은 소년들은 거웃이 돋기 시작한

잠지를 딸랑거리며 저수지로 뛰어들었다

 

놀다가 지치면 쌉싸래한 감꽃을

한 움큼 입에 넣고 어기적거리며 씹어 삼켰다

계집애들의 여름도 다르지 않았다

 

머스마 같은 몇몇 소녀는

러닝 차림으로 저수지에 뛰어들고

소년들은 봉긋 솟기 시작한 소녀들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낄낄거렸다

 

감꽃 목걸이 걸어주던 그 애가

그해 여름 저수지 물 위로 영영 나오지

않던 그날까지는 여름은 평온했다

 

오늘 저 아파트 사이

그 애가 걸어준 감꽃 목걸이

쌉싸래한 감꽃들이 탐스러운 감이 되어 매달렸다

그 소녀는 그곳에서 잘 있을까

서둘러 떠난 그곳에서 소녀는 잘 살았을까

 

지상에서의 세월은 수십 번 감꽃이 피고 졌지만

아직도 감꽃이 얼룩진 옷을 입은 채

서둘러 떠난 소녀를 잊을 수 없다

 

그해 여름의 감꽃이 홍시가 되어 물러터지던 날

슬그머니 묘비도 없는 그 소녀의 집 언저리에

붉디붉은 내 마음을 가져다 놓았다

 

선머스마 같던, 웃을 때 덧니가 예뻤던

그 여름의 내 감꽃

 

- 오광수

 

아마도 요즘 애들은 감꽃이

어떻게 생긴 줄도 잘 모를 것이다.

그리고 감꽃에서 감 맛이 난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감꽃도 감 맛과 다르지 않다.

떫은 감나무는 감꽃도 떫고,

단감나무 꽃에서는 단맛이 난다.

 

여름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에는

감나무 밑에서 감꽃을 줍곤 했었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더 많은 감꽃들이 속절없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었지.

 

여름이 지날 무렵 반쯤 자란 감들이 떨어지면

그 감을 주어서 단지 안에다 물을 넣고 된장을 약간 풀어

며칠 간 울여 내면 떫은 맛이 사라져 먹을 만 했다.

그리고 떫은 땡감을 그냥 먹을 때는

칼로 쪼개서 된장에 찍어 먹었었다.

요즘 애들에게 먹으라고 하면

아마도 입에 넣자마자 바로 뱉어낼 것이다.

 

그 때만 해도 그 만큼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모두들 사는 게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풍요로움에 있어서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이 변하고

무섭도록 발전했다.

 

마을에서도 유난히 잠지가 큰 애들이 있었다.

냇가에서 발가벗고 놀 때에

가끔씩 지나가던 어른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저 자식 잠지 큰 것 봐라.

이제 장가가도 되겠구만하며 놀리곤 했었다.

그러면 걔들은 부끄러워서 양손으로 잠지를 가리고

물속으로 잠수하곤 했었다.

그 땐 그랬었다.

 

지난 일들은 이렇게 추억이 된다.

이젠 현실 속에서는 볼 수 없고

추억 속에만 있는 모습들이다.

그래, 오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정말 대단한 여름입니다.

곳에 따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집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즐길 수 있으면 즐기며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음표) 김훈의 그리운 내 고향

https://youtu.be/ZMmuioqz45Q?list=RDZMmuioqz45Q

 

(음표) 조수미의 가고파

https://youtu.be/HYK1OhSc_Kk?list=RDHYK1OhSc_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