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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가족들 글쓰기방

서까래 2010. 2. 12. 10:33

      -골초- 이른 아침 물에 불린 멥쌀 한 말 자전거에 동여 싣고 읍내 떡방앗간으로 내달린다. 겨울 찬바람이 매섭게 얼굴을 때리지만 저녁에 보게될 오누이들 생각에 마냥 즐겁다. 양씨네 방앗간엔 사람들이 즐비하다. 요란한 기계음에 멥쌀은 가루되어 흰눈처럼 쏟아지고 옆 기계에선 하얀 가래떡을 쉴새없이 뽑아낸다. 인심 좋은 떡주인은 뜨끈한 가래떡을 뚝잘라 먹어보랜다. 동네마다 밀전병 냄새 요란하고 우리 어머니 손놀림도 빨라진다. 떡시루 올리시랴...식혜 만드시랴... 깨강정 만드시랴...전 부치시랴... 어머니 뽐내는 솜씨는 내가 슬쩍슬쩍 평가해본다. 누구네 큰아들 오네...누구네 누구오네... 어머니 일하시며 밖을 잘도 보신다. 아버지는 한석봉이 어미가 되어 가래떡을 썰으시고 나는 빈방 아궁이에 군불을 집어 넣는다. 어느덧 뉘엿뉘엿 짧은 해는 기울고 어두워진 대문밖을 어머니와 서성일때 음식 냄새에 취했는지 낯선 사람 발자국 소리에 놀랐는지 어둠 속에서 동네 개짖는 소리 요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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