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집 옆 대상공원을 산책하다가 공원 옆에 있는 꽃밭에 어떤 꽃들이 피어있나
궁금해서 한번 살짝 들여다 봤더니, 이게 얼마만인가? 정말로 반가운 식물이 눈에 들어온다.
몇 십년 만에 봐도 금방 알아 볼 수 있는 꽃 천사의 날개옷을 닮은 목화 꽃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목화를 재배해서 솜을 타서 이불솜 등으로 이용했는데,
내 기억으로는 70년대쯤 되어서 부터는 목화밭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카시미론 같은 다른 소재들이 발명되면서 솜의 용도가 많이 줄어든 탓인지 그 후로는 목화를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40여년만에 만난 목화를 금방 알아본 것은 목화와 목화의 열매인 다래에 대한
고향 같은 그리움이 마음속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던 게 아닐 런지 모르겠다.
내가 자란 전라도 무안에서는 목화를 미영나무라 불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면(綿)을 방언으로 미영이라고 했었던 것 같다.
목화 꽃이 지고난 후 열매가 맺히는데 동그란 열매 속에 여섯 개 정도의 칸막이가 있고
그 안에는 물기를 머금은 하얀 아기 솜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열매가 익기 전 단물을 머금고 있는
다래는 먹거리가 귀했던 그 시절에는 어린이들의 간식거리였다.
열매가 맺혀 익으면 열매가 벌어져 하얀 솜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열매가 익기 전에 단물을 머금은
햇 열매를 다래라고 불렀고, 지나다니며 따먹고 다녔는데,
이는 봄철에 나오는 띠나무 꽃인 삐비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될 것이다.
아마도 40대 이상으로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대부분 봄철에 삐삐 뽑으러 다니고,
여름철에는 다래를 따먹고, 깨꽃을 따서 꿀물을 빨아 먹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애들이야 다래를 먹으라고 하면 이게 무슨 맛이냐고 뱉어 버리겠지만,
우리가 어렸던 시절에는 하나의 별미였다고 하면 적정한 표현이 될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70년대를 풍미했던 하사와 병장의 목화밭이란 노래도 노래방에 가면 즐겨 불렀던 노래 중 하나였다.
반가운 마음에 오늘 오후 가까운 산에 다녀 오는 길에 일부러 들려 사진을 몇 컷 찍어 봤다.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하는 걸로 봐서 한 20일쯤 후엔 먹음직스런 다래가 열릴 것이다.
기다렸다 살짝 하나 따서 먹어볼 생각인데, 과연 옛 맛이 나올까?
아마도 맛은 별로겠지만 아련한 기억속의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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