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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햇살처럼 가족방/햇살이의 풍경첩

불태산의 가을/120922

서까래 2012. 9. 23. 21:10

어디론가 떠나고픈 가을,

그냥 한없이 걸으며 청량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 마시고픈 그런 날이다.

오전은 아내와 텃밭을 가꾸고 1시에 홀로 베낭을 매고 길을 나선다.

가고픈 곳은 많은데, 막상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가까우면서도 많이 걸을 수 있는 곳,

병풍산, 삼인산, 무등산, 추월산, 백암산, 내장산 등등......

가까우면서도 조망이 잘되는 곳은 그래도 병풍과 불태산이 가장 먼저 떠 오른다.

일단은 한재골로 차를 몰며 머리를 굴린다.

병풍은 2주전에 올랐고, 삼인산은 오른지가 꽤 됐지만 코스가 너무 짧을 것 같고,

불태산은 한달전 쯤 소나기와 함께 아무도 없는 험한 산길을 홀로 오르며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였었다.

날씨가 이렇게 궂을 줄 알았으면 무등이나 병풍으로 갈 걸 괜히 불태산으로 왔다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대치재를 향해 가다가 잿막재에 차를 세우고 천봉을 오른다.

그런데 지난주 금성산과 강천산을 오르며 보았던 안타까운 풍경이 재현된다.

태풍의 위력앞에  무력하게 꺽이고 뽑힌 아름드리 소나무며 참나무들이 산객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까운 나무들이 너무나도 많이 드러 누웠다.

 만일 이러한 태풍이 매년 찾아온다면 머지않아 잡목만이 무성한 끔직한 풍경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천봉을 지나 불태산을 오르니 억새며 가을 꽃과 더불어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담양들녁이 가을 기운을 듬뿍 느끼게 한다.

불태산의 능선을 따라 걷는 내내 가을을 동무삼아 시간을 잊었다.

돌아가는 코스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지만 서동마을로 가는 길이 너무나 멀다.

불태산과 깃대봉을 지나고 헬기장을 지나귀바위 아래 사거리에 이르니 시각이 6시 20분 전이다.

여기서 서동마을까지 약 2키로고 서동마을에서 잿막재까지도 약 2키로 남짓일 것이다.

여기서 진원제방향으로 가면 삼십분 남짓일 건데 집사람을 호출할까 고민하다가

서동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등산로의 절반은 형태가 있고, 절반쯤은 폭풍우가 씅어가 버렸다.

더듬더듬 서동마을에 내려오니 이미 어둠이 짙어가지만  용기를 내어 잿막재를 향해 산을 오른다.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절반쯤 오르다 보니 이게 뭔일,  아름드리 나무들이사방으로 드러누워 길을 막는다.

1시간여 동안 넘을 수 있는 나무는 넘고 빙빙돌고 헤매며 오르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어딘데 전화도 안되고 그래"

"지금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

전화도 끊기고 가시밭길을 히치고 잿막재에 오른 시각이 8시가 넘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차안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엄습해 온다.

차문을 잠그고 전화를 하며 토끼가슴을 하고 있는 아내가 있는 집을 향해 달린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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