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 업무가 있어 오전 일찍 업무를 마치고 하루를 진도에 머물며 오후를 산과 함께 하려 했건만
오후 4시로 미뤄지면서 조각 시간이 되어 버렸다.
진도 입구에서 점심을 때우고, 급치산에 들러 군바리시절의 옛추억을 되새기다
바로 눈앞에 바라보이는 동석산으로 향했다.
시간이 어중간해서 산행은 포기하고 동석산 주변과 세방낙조전망대와 해변로를 두루 둘러볼 요량이었다.
그때 당시는 등산로도 없고 아무도 오르지 않던 악산을 파견나온 해병대원 두명과
우리 대원 세명이 출발했다가 우리 대원 한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
네명이서 산을 올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깃대봉에서 매일 바라만 보던 산인데, 해병대파견자들이 산에 오르자고 불을 지피었던 것.........
산행은 초입부터 고행길이었다.
발아래는 수십길 절벽인데, 몇길씩이나되는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맨손으로 돌틈을 더듬으며
그렇게 목숨을 걸고 오르며 산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일 것이다.
별로 용감하지도 않은 내가 뭐하러 이 곳에 따라와 생사의 갈림길을 오간단 말인가?
한번 오르니 돌아갈 길도 없는 산을, 그렇게 암릉의 능선을 따라 동에서 서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칼바위, 어느 곳 하나 위험하지 않은 곳은 없었지만 양쪽에 천길 낭떠러지를 두고
칼날같은 바위에 가랭이를 걸치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길은 또 얼마나 무서웠던가?
조심해서 가면되기에 절벽을 오르는 것 보다 위험은 덜할 수도 있었겠지만
무서움은 더했었다.
어쨌건 그렇게 무모하게 시작한 산행은 무사히 끝났고, 고생한 만큼이나 항상 뇌리에 남아 있었다.
사실 급치산을 보는게 주 목적이었음에도 시선이 병풍산에 꽂혀 있었음은 어쩔 수 없는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동석이, 아니 병풍이를 만나러 천종사로 향했다.
예전에도 이 절이 있었는지는 기억에도 없는데 이 곳이 산행의 들머리로 이용되고 있다.
등산 안내도를 보니 천종사에서 동석산 정상과 전망대를 거쳐 세방낙조전망대에 이르는 코스가
고작 한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인터넷에서 산행기를 보니 세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하던데, 천천히 가서 그런건가?
일단 한시간이라고 하니 생각이 달라진다.
지금 시간이 한시이십분이고 약속은 네시이니, 진도읍까지 가는시간을 30분 잡더라도 두시간 여유는 있다.
그렇다면 세방낙조 전망대까지 갔다가 멀더라도 해변로를 따라 돌아오면 얼추되지 않을까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서두를 걸 그랬다며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산을 오른다.
들머리가 동쪽 끝이 아니라 북측 사면을 타고 오르고, 동쪽 암릉은 지금도 길이 없다.
산이 험하고 가파르기는 하지만 계단과 난간이 설치되고 칼날같은 능선을 우회하는 길들이 개설되어
예전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에 다르지 않다.
산행은 여유를 가지고 이 곳 저곳 천천히 둘러보며 가야하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대충 거쳐 가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산행안내도를 제작하면서 평지길로 착각했던건 아닌지 모르겠다.
암릉은 거의 지나왔건만 아직도 갈길이 멀어보이고 시각은 세시를 향해 간다.
아쉬움을 달래며 되돌아와 남측으로 하산해 천종사로 바삐 발길을 옮긴다.
병풍아!
정말 반가웠다!
너를 다시 찾는 날은 오랜 시간을 너와 함께하며, 너의 숨겨진 모습들을 하나하나 탐닉하리라.
갑작스러운 동석산과의 재회, 그리고 보고 싶었던 깃대봉 기지!
함께 막걸리 마시고 팔장끼고 함께 콧노래 부르며 언덕길 오르던 해남 촌놈 동기 병만아!
보고 싶구나!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그 시절 그때가 그립구나!
'햇살처럼 가족방 > 햇살이의 풍경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본 운림산방/130206 (0) | 2013.02.06 |
---|---|
무등산 증심사 새인봉/130203 (0) | 2013.02.05 |
진도 급치산 전망대/130 (0) | 2013.01.30 |
해남 무고지구전원주택지/130128 (0) | 2013.01.30 |
농염해지는 봄꽃들.../130126 (0) | 2013.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