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시인
아까운 사람들은 왜 요절하는 것일까?
드러운 인간 세계에 남겨둘 수가 없어
먼저 데려간다는 얘기를 천기누설한 죄로
하늘나라에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사자에게
소시적에 들은 적은 있지만........
세월이 가면 - 박인환 : 詩 , 박인희 : 노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노래가 된 詩] 세월이가면 - 박인환 詩 , 박인희 노래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이란 시와 노래가 탄생한 것은
1956년 전란 이후 막 서울로 환도한,
아직도 쌀쌀한 봄 어느 날의 일이었는데,
을지로 입구 은성주점에 둘러앉았던 시인 김규동, 김광주, 송지영, 조병화
그리고 박인환, 가수 나애심, 작곡가 이진섭 등이 주흥이 좀 시무룩해지자
가수 나애심에게 노래 한 곡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녀는 마땅한 노래가 없다면서 계속 고개를 흔들었는데,
그때 박인환이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구겨진 종이를 꺼내
즉석에서 '세월이 가면'이란 시를 써 내려갔고,
이를 본 작곡가 이진섭은 흥얼거리며 역시 즉석에서 곡을 붙였다고 한다.
이진섭이 나애심에게 악보를 건넸을 때, 당대 최고의 가수의 입에서
서늘한 노랫말과 군더더기 없는 곡조가 울려 퍼지기 시작,
마지막의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은 노랫말의 여운을 위해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즉흥의 3박자는 낭만적인 한 편의 시와 노래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또한 '세월이 가면'에는 또 다른 설도 있는데,
훤칠한 키에 수려한 용모의 미남 시인이었던 박인환은
당대 문인 중에서 최고의 멋쟁이 댄디보이였다고 한다.
술집 '은성'에서 외상값 때문에 '세월이 가면'을 작사,
노래로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기도 하다.
9·28 수복 이후에 피란을 갔던 문인들이 서울로 돌아왔을 때
박인환 등을 비롯한 한 떼의 친구들은 명동에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폐허가 된 명동에도 하나 둘 술집이 들어서고 식당이 들어서서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겨나게 되었다.
당시 모 탤런트의 모친께서 '은성'이란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박인환 등이 밀린 외상값을 갚지도 않은 채 계속 술을 요구하자
술값부터 먼저 갚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때 박인환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펜을 들고
종이에다 황급히 써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은성' 주인의
슬픈 과거에 관한 시적 표현이었다고 한다.
작품이 완성되자 박인환은 즉시 옆에 있던
작곡가 이진섭에게 작곡을 부탁하였고,
가까운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가수 현인을 불러다
노래를 부르게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바로 그 술집 안에서 한 순간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노래를 듣던 '은성' 주인은 기어이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는데,
밀린 외상값은 안 갚아도 좋으니 제발 그 노래만은 부르지 말아 달라고
도리어 애원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 일화는 이른바 '명동백작'으로 불리던
소설가 이봉구의 단편 '명동'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세월이 가면;은 명동의 허름한 대폿집에서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지만
미처 명확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한 '그 눈동자와 입술' 이란 시어를 발굴해 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은 순식간에 명동에 퍼졌고,
그들은 이 노래를 명동 엘리지라고 불렀고 마치 명동의 골목마다 스며있는
외로움과 회상을 상징하는 듯 이곳저곳에서 이 노래는 불리어졌다고 한다.
詩가 노래가 된 '세월이 가면'의 詩 人 박인환
또 이 '세월이 가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애절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이 시를 쓰기 전날 박인환은 십년이 넘도록 방치해 두었던
그의 첫사랑의 애인이 묻혀있는 망우리 묘지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도 인생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도, 시도, 생활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먼 애인의 눈동자와 입술이 나뭇잎에 덮여서 흙이 된 그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던 것이다.
순결한 꿈으로 부풀었던 그의 청년기에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떠서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는 것, 어떤 고통으로도 퇴색되지 않고 있던
젊은 날의 추억은 그가 막 세상을 하직하려고 했을 때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운 빛깔로 그의 가슴을 채웠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영원히 마지막이 될 길을 가면서 이미 오래 전에
그의 곁에서 떠나간 연인의 무덤에 작별을 고하고
은밀히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아름다운 에피소드가 있었던 그 날 밤, '목마와 숙녀'의 시인,
'명동백작' 박인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만 30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그는 죽어가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 가슴이 답답해"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하는데,
더불어 죽기 며칠 전, 그가 외 사랑한 벗, 시인 김수영을 찾아가
펜 한 자루(김수영이 '모나리자'에 술값 대신 맡긴 만년필)만 건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뒤돌아 왔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아무튼 이렇게 즉흥적으로 탄생한 것이
너무도 유명한 이 '세월이 가면'이다.
격동기의 예술가들은 그토록 참담했던 전쟁의 상처와
어두운 시대의 상실과 고통을 마치 떠나가는 연인에게 작별을 고하듯
낭만적으로 표현하였고 스스로를 치유하였던 것이다.
*** "세월이 가면"의 탄생비화를 담은 영상이 있어 올려본다.
박인환 세월이가면, 노래가 된 시 명동백작 中
김수영 시인과 박인환 시인
박인환 시인은 서구적 감수성과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면서
어두운 현실을 서정적으로 읊은 후기 모더니즘의 기수로 알려져 있다.
1926년 8월 15일 강원도 인제에서 아버지 광선(光善)과
어머니 함숙형(咸淑亨)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1939년 서울 덕수초등학교를 마쳤다.
이어 경기중학교에 입학했다가 1941년 자퇴하고 한성학교를 거쳐
1944년 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해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해방이 되자 학업을 중단했다.
서울로 와서 '마리서사'라는 서점을 경영하면서
여러 시인들과 사귀었고, 서점을 그만 두고는
<자유신문> <경향신문> 기자로 근무했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육군 소속 종군작가단에 참여하고
피난지 부산에서 김규동·이봉래 등과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했다.
1955년 대한해운공사에서 일하면서 미국에 다녀왔으며,
이듬인 1956년 3월 20일 심장마비로 30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1946년 <국제신보>에 시 '거리'를 발표해 문단에 나온 뒤
'남풍'(신천지, 1947. 7), '지하실'(민성, 1948. 3) 등을 발표하고,
1949년 김수영·김경린·양병식 등과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라는 합동 시집을 펴냈다.
모더니즘 시를 지향했던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시
'검은 강',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목마와 숙녀' 등을 발표했는데,
이들 시는 8·15해방직후의 혼란과 6·25전쟁의 황폐함을 겪으면서 느꼈던
도시문명의 불안과 시대의 고뇌를 감성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특히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로 시작되는
'목마와 숙녀'는 그의 시의 특색을 잘 보여주면서도
참신하고 감각적 면모와 지적 절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1955년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번역해서 공연하기도 했다.
시집으로 생전에 <박인환 시선집>(1955)이 나왔고,
이어 <목마와 숙녀>(1976) 등이 발행되었다.
죽기 1주일 전에 지었다는 '세월이 가면'은 뒤에
노래로 만들어져 박인희에 의해 널리 불리고 있다.
**** 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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