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에 병풍산이나 올라갔다 올까?”
“산에는 못 올라가! 산책로나 갔다 오면 몰라도~”
참 그렇다.
아내가 임플란트 시술 중인데 의사선생님이 염증이 있다고
많이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지.
어쩔 수 없지 뭐.
그런데 하늘이 흐릿한 게 비라도 뿌리려나 했더니
집을 나서려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다.
오늘은 수북 쪽으로 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눈이 오면 질퍽거릴지 모르니 편백숲 트레킹길로 가잔다.
아무데로나 가지 뭐.
밖으로 나오니 싸래기 눈이 제법 내리는데
한재골이 가까워지자 차츰 그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뿌연 운무 사이로 보이는 불태산엔 하얗게 눈이 쌓였다.
한재에서 산책로로 들어서니 바닥에 제법 눈이 쌓여있고
함박눈은 아니지만 제법 눈다운 눈이 내린다.
어제 공원을 산책하며 봄을 노래했었는데,
하루 사이에 겨울로 회귀한 느낌이다.
얄궂은 날씨 같으니 라고....
하지만 하얀 눈에 덮여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면서
뽀드득거리는 눈을 밟고 맞으며 걷는 느낌은 너무 좋다.
한참을 걷다보니 서서히 눈이 걷히고
큰골과 병장산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정자에서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위장을 달래고 나서
오늘은 병장산 방향으로 갔다가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되돌아 오기로 한다.
날씨가 제법 차가운 데도 기온이 영상인지
나무의 눈이 조금씩 녹아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되돌아 오는 길에는 불과 한 시간여 사이에
산책로와 나무에 쌓였던 눈들이 거의 녹아버려
마치 늦가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바람탓인지 체감온도는 내려올 때가 훨씬 춥게 느껴진다.
눈이 솜처럼 몸을 감싸주었던 걸까?^^
고약한 날씨가 변덕을 부리긴 했지만,
하루 이틀 사이에 여름을 뺀 삼계(三季)를 체험했도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변덕이야 애교로 봐준다지만,
한 곳에만 마구 퍼붓는 심통은 안 부렸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눈이 하얀 똥 덩어리로 보여서야 되겠는가?
ㅋㅋㅋ.....
하지만 날씨도 세상도 자꾸만 지 맘대로 빠꾸(back)하려고만 한다.
“거꾸로 콩나물"이라는 재미있는 시가 있어
한수 올려보니 한번 감상해 보시죠!
*** 거꾸로 콩나물/마 경 덕 ***
전주 콩나물 국밥집
다른 집보다 천 원이 비싸다하니
주인 아주머니 벽에 붙은 광고지를 가리킨다
콩 싹이 3cm쯤 자랐을 때 뒤집어 키운 콩나물이란다
키가 3cm라면 아직 세상물정도 모르는 어린것들인데
피가 거꾸로 돌도록 물구나무를 세우다니,
재배장치로 발명특허를 받은 콩나물은 잔뿌리가 없다.
그것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는 것
거꾸로 자라
저항력이 생겨서 농약을 치지 않았다는데,
그 저항력을 뒤집어 보면 악착스럽고 모질어 졌다는 말
입도 떨어지지 않은 것들,
얼마나 독심을 품었으면 뿌리조차 썩지 않으랴
콩켸팥켸 뒤섞여 머리만 키운 콩나물
아삭아삭 씹힌다
피가 거꾸로 돌기 시작한다.
******************
콩나물을 삶에 비유한 시인의 발상이 신선하다.
힘들게 사는 게 비단 콩나물뿐이랴?
물레방아는 돌아야 하지만 머리는 돌면 안 된다.
일단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나 한번 듣고 가자!
물레방아 인생 / 바비 킴
*** 물레방아 인생 들으시려면 아래 음악을 끄고 들으세요^^
하지만 날씨가 아무리 변덕을 부린들 계절이 거꾸로 가기야 하겠는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건 자연의 섭리이거늘~~~~
꽃 피고 새가 우는 아름다운 봄도 그립지만,
모두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시절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반환점이다.
여기서 산책로가 끝나고 병장산(능주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벌써 이렇게 눈이 녹아 내린다.
'햇살처럼 가족방 > 햇살이의 풍경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첨단의 초봄맞이/매화, 산수유/140315 (0) | 2014.03.17 |
---|---|
베란다의 초봄 풍경/140315 (0) | 2014.03.17 |
도심의 공원에 찾아온 봄내음/140308 (0) | 2014.03.08 |
장성 불태산/140302 (0) | 2014.03.04 |
세우에 젖어가는 병풍산산책로를 거닐며.../140301 (0) | 2014.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