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바빴다.
토요일, 퇴근 후 오후 다섯 시, 국악합주.
둬 시간, 낱의 소리 색을 뽑아 무지개를 만들고
저녁과 소주로 뒤풀이를 하니 어둠이 짙어졌다.
뒤풀이 끝나고 운동하러 가려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
어라, 이게 누구야, 광주에 거처한다는 오랜 금연식구.
차에 시동을 걸고 전화를 하니 서울 화곡동에 와 있단다.
인천에서 화곡동까지는 차가 밀리지 않는 밤이니 삼십분 남짓 거리.
화곡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빠르게 차를 달려 잠시 후 만났다.
24시간 영업하는 감자탕집에서 당연히 감자탕을 시키고
소주를 마시며 응축시켰던 그리운 회포를 풀었다.
사내 둘이 만나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남녀 사이라면 눈빛과 몸짓의 언어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직설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사랑한다고, 보고 싶었다고.
내가 금연 사천일이니 그는 아마도 삼천일은 되었을 터인데
우리의 대화중엔 전혀 담배나 금연의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부부가 중매쟁이를 거론하지 않듯, 중매쟁이인 금연을 잊은 지 오래기에.
밤을 샌들 그리움이 풀리랴만
혹여 밤을 지새워 그리움의 해갈이 풀린다면
이는 더 이상의 그리움이 남지 않는다는 뜻이니 참 슬픈 일이다.
그리하여 자정이 되기 전 나는 서정주의 시를 왼다 :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그렇게 못내 아쉬워하며 밤새워 마시자는 그를 제어하며
나는 차를 몰아 인천으로 다시 내려간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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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무렵, 인천에 도착.
집에 가지 않고 곧장 그녀의 집에 도착한다.
김유신을 끌고 기녀에게로 간 말처럼, 나의 차가 알아서...
자정이 넘었으니 그녀의 집엔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을 게다.
나는 익숙한 솜씨로 비밀번호를 눌러 그녀의 현관문을 연다.
벽의 스위치를 올려 형광등을 켜고 그녀가 홀로 잠든 방으로 간다.
그녀와 나만이 남은 공간에서 무슨 말이 필요하랴.
둘만의 교감을 위한 힘찬 심장의 박동과
땀방울이 모두를 말하리라.
티셔츠를 벗는다.
(아직 바지는 벗을 때가 아니다)
늙었지만 아직 쓸 만한 몸이 거울에 비친다.
그녀를 작동하기 위해 버튼 닮은 유두, 아차 아니다, 유두 닮은 버튼을 누른다.
그녀가 반응을 한다, 뛰쳐나오는 둥글고 하얀 호흡에 맞춰
자세를 잡으며 나의 ‘연장’이 피스톤 운동을 한다.
오분 정도, 빠른가? 하여튼 그녀는 잠이 든다.
아쉽다, 다시 한 번.
그녀가 뱉은 하얀 숨을 거두어
다시 넣어주고 또다시 반복운동을 한다.
그렇게 몇 번을 하였을까, 땀으로 몸이 흥건한데
누군가의 기척이 들린다, 흠칫 놀라 보니 웬 사내가 서있다.
잘 아는 녀석이다, 내가 묻는다, 아니 너, 너~, 이 야심한 밤에 웬일이냐?
그 녀석이 말한다, 잠이 안와서 산책을 하는데
창문으로 불이 켜 있는 것이 보이는 거예요.
제가 분명히 끄고 나왔는데 이상해서 올라와보니
세상에 비밀이 없다고, 형님께서 옷을 벗고,,,,, 이런 짓을.....
이렇게,,, 열심히 탁구로봇과 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는 줄 몰랐어요.
나는 다시 티셔츠를 입고 말했다. 너 맥주 한 잔 할래?
맥주 소리에 미소 짓는 그 녀석, 서른네 살의 총각과 함께
맥주와 여름밤을 마시고 나오니 새벽 두시 반.
그렇게 나의 주말은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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