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 갔습니다.
우리시대 피아노의 거장, 혹은 여제라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사실 많은 독자분들에겐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겠습니다.
20만원이 넘어가는 표를 혼자 보려니
요즘은 가뜩이나 외로움도 잘타고 그래서 못샀습니다.
그러면 왜 갔느냐? 혹시하는 마음에 알려드립니다만, 콘서트 홀에 가면
꼭 홀에 들어가지 않아도 공연을 볼수가 있습니다. 대형 플라스마 텔레비전으로
실황을 볼수 있도록 해주거든요. 그 모습이라도 담아가고 싶었어요.
사진 속 왼쪽에 엣된 모습의 아르헤리치가 곱네요. 68년 2월 10일
지휘자 클라우디아 아바도와 함께 공연하기 전, 찍었던 사진이라죠.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아르헤리치가 연주한 협주앨범입니다. 이상하게 아르헤리치를 좋아한다고 공언하고 다니는데 앨범은 이거하고 딱 두개 더 있네요. 사실 이분이 한 레코딩이 100장이 넘는데 말입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1941년 6월 아르헨티나의 부아노스 아이레스에서
출생했습니다. 3살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서 다니엘 바렌보임의 아버지를 가르쳤던 빈센조 스카라무자의 지도로 본격적인 피아노의 세계에 빠지게 되죠.
빈센조는 그녀에게 피아노가 가진 서정성과 달콤한 감성이 어린 연주법을 가르칩니다. 8살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당당하게 데뷔.
사실 그녀가 연주하는 곡들의 행간에는 이런 로코코적 상상력이 가득합니다. 저는 사실 그녀의 연주를 들을때마다 로코코 미술의 거장, 프라고나르를 연상하곤 합니다. 그녀의 연주는 흔히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비견되곤 하는데요.
샤프란 꽃물을 물들인 노란색 화려한 드레스와
작은 손에 쥐어진 루소의 연애책, 그림 속 주인공은 달콤한 연애에 빠져 있지요. 요 며칠 정치적 논란과 더불어 4일간 계속된 단식을 멈추었고 죽을 먹기도 하고, 좋아하는 조갯살 차우더를 시켜 먹었습니다.
희뿌연 느낌의 차우더와 따스한 온기, 아르헤리치의 연주엔 이런 로코코적인 달콤한 감성들이 알알이 박혀있는 연주가 많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여성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녀의 연주에는 로코코 시절, 화려함의 극단을 따르면서도
귀족의 우위를 위해 강인한 다리근육을 길러야 했던 남자들의 모습이
녹아 있지요. 그녀가 연주하는 곡이 끝으로 갈수록, 도대체가 눈을 떼기가 보통 어려운게
아닙니다. 어디에서 저 강한 힘이 나오게 되는 걸까 고민하게 되지요.
그녀는 인터뷰를 극단적으로 싫어하고 방송을 타는 걸 좋아하지 않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친한 친구라고 해봐야 브라질 출신의 넬슨 프레이리란 피아니스트가 전부입니다. 이 친구와는 툭하면 듀오 피아노 콘서트를 자주 열어서 잘 알려져 있지요.
정명훈의 지휘와 아르헤리치의 연주로 들었던 연주를 꽤 오랜동안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엔 꼭 표를 사서 주고 들어가 봐야죠. 어차피 선예약이 조금만 늦어져도 사지 못할 표였지만 다음기회를 기약해봐야죠. 텔레비전으로 앞에서 봐도 감동이 그 정도니 오늘 무대에서 그녀를 직접 본 사람들은 참 행복했겠다는 생각만 듭니다......부럽부럽!
비가 산발적으로 내린 예술의 전당은 빗물을 머금은 바닥을 걷다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외형과 인테리어를 조금씩 살펴봤네요.시간만 있었다면 만화와 미술전을 봤을텐데 다음기회를 노려야 할까 봅니다.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연주하는 스카를랏티의 Sonata K 141
신이 내린 연주자란 생각밖엔 안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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