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포도(靑葡萄)/이육사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옛날
하늘이 처음 열릴떄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지 못하였느리라!
끊임없는 세월 동안
부지런한 계절이 피었다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노라
지금은 눈 내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리라
그리하여 오랜 세월 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칠월이 시작되는 첫날,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가 생각나, 광야와 함께 올려본다.
항일운동을 하다가 17번의 옥고를 치루고
해방을 1년여 앞둔 1944년 1월 북경감옥에서 작고하셨다는 애국시인.
그의 생애는 부단한 옥고와 빈궁으로 점철되었지만, 오직 조국의 독립과 광복만을 염원하며 살았고, 그의 시에도 이러한 염원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아무리 힘겹고 곤궁하다한들 어찌 그분들의 고초에 감히 범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저승에서나마 부디 평안하시길 기원해본다.
비가 그치고 나니, 성하의 계절답게 따사로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한여름의 고온다습함이 없다면 가을의 풍요로움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칠월에는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가듯 꿈도 사랑도 희망도 행복도 무르익었으면 좋겠다.
밀려오는 무더위에 건강하시고,
보다 알찬 칠월 열어가시길 빕니다.
청포도 사랑/도미
https://www.youtube.com/watch?v=7MX63kTYn-0&feature=player_detail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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