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의 추억
오늘이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이다.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이슬이 맺히는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라고 할 수가 있다.
또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로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옛 중국 사람들은 백로입기일(白露入氣日)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그 특징을 말하였는데,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백로가 되면 떠오르는 한편의 추억이 있다.
몇 년전의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깨끗하게 살려는 일편단심으로 거의 매일 맑은 이슬을 마시며 살았다.
아니 몸속을 정갈하게 씻으며 살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병에는 진짜 이슬이라고 씌어 있지만, 자연의 이슬이 아닌 인공으로 만든 이슬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항상 자연의 이슬을 동경해 왔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달력을 보니 백로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씌어져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뒤져보니, 하얀이슬이 내리는 날이란다.
안 그래도 주머니에 돈도 떨어져가던 차에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하늘에서 이슬을 내려주신다니 이 어찌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기회는 찬스라 했거늘 어찌 이 기회를 놓치겠는가?
마당에 멍석을 깔고 하늘의 별을 보고 누웠다.
입에는 큼지막한 깔대기를 하나 물고, 몸은 이슬에 젖을세라 비닐로 덮었다.
그리고 밤하늘의 별을 헤며 하늘이 감질나게 내려주는 자연의 이슬을 밤새 음미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사실은 비밀인데,
밤하늘의 별이 만개도 넘는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그렇게 밤새워 별을 세며 가끔씩 한 방울씩 떨어지는 이슬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온 몸이 뻑적지근하니 무거웠지만 마음만큼은 하늘을 날 듯 가벼울 줄 알았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목이 근질거리더니, 천식환자처럼 기침이 연거푸 나오더니,
검은 피를 마구 토해냈다.
근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피가 아니라 오염된 먼지였다.
놀라서 뛰어나온 집사람은 죽을려면 곱게 죽지 뭐하는 짓거리냐며 빗자루를 들고 한 시간여를 두들겨 팼다.
그때 두 번 죽을 뻔했다.
목이 따가워서 그랬고, 맞아서 뒈질 뻔 했다.
그때 혼이 난 뒤로는 오염된 자연의 이슬을 멀리하고 맑은 이슬만을 취하며 산다.
가끔씩 이슬이를 만나고 오는 길에 밤이슬을 맞는 경우는 있지만 절대로 혀를 내밀지는 않는다.
지금도 가끔씩 집사람이 그때 얘기를 할 때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당신은 나이께나 먹어갖고도 어째 그리 철이 없었는가 몰라이~~~”
“그렁께 말이여 ㅜㅜ...@@”
오늘은 하늘이 유난히도 맑고 푸릅니다.
그저 배낭하나 매고 뛰쳐나가고픈 해맑은 가을날...
낮에는 따사롭고 조석으로는 쌀쌀하고...
“감기 조심하세요^^”
독재시절에 금지곡이었던 “아침이슬”이란 노래가 지금은 북한에서 금지곡이 됐단다.
주민들 사이에 이 노래가 널리 퍼지면서 억압에 대한 저항의식이 있다는 이유로...
양희은의 아침이슬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uB7YA1dCfbA
그리고 “백로”라고 하니 백로(白鷺)와 까마귀에 대한 시조가 생각나 몇 수 올려본다.
흑백논리와 선과 악으로 대별되는 두 동물도 상황에 따라 처지가 뒤바뀐다.
그게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희고 흰 깃에 검은 때 묻힐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없으리라" 이는 조선시대 어지러운 광해군 시절 선우당이 동생이 조정에서 벼슬하는 것을 말리며 지은 시조이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이 시조는 고려에서 조선의 개국 공신이 된 이직(李稷)의 시조다.
"까마귀 싸우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들이 너의 흰빛을 시샘하나니/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이 시조는 정몽주가 이성계를 문병 가던 날에 팔순의 노모가 꿈이 흉하여 가지 말라며 부른 노래로 결국 돌아오는 길에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자객에게 피살되고 만다. 후에 세워진 노모의 비석은 늘 물기에 젖어 있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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