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의 시작

기쁨은 사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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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30/인연

서까래 2016. 4. 8. 15:12

인연

 

10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객실 승무원들이 한 차례의 서비스를 마친 후,

일부가 벙커(여객기 안에 있는 승무원들의 휴식처)

휴식을 취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서씨는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객실을 둘러보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시며

어쩔 줄 몰라 하고 계셨습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다가가 여쭈었습니다.

"도와드릴까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 있으세요?"

할머니는 잠시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서씨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내가 틀니를 잃어 버렸는데,

어느 화장실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떡하지?”

서씨는 "제가 찾아보겠다" 며 일단 할머니를

안심시킨 후 좌석으로 모셨습니다.

 

그 후 비닐장갑을 끼고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 뒤져 본 후 마지막 쓰레기통에서 휴지에 곱게 싸인

틀니를 발견했습니다.

 

할머니가 양치질을 위해 잠시 빼둔걸 잊어버리고 간 것을

누군가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린 것이었습니다.

서씨는 틀니를 깨끗이 씻고 뜨거운 물에 소독까지 해서

할머니께 갖다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목적지에 도착해 내릴 때까지

서씨에게 여러 번 "고맙다" 는 인사를 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하고

지방에 있는 예비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미국에 계신 남자친구의 외할머니께서 서울에 오셨다고

먼저 인사를 드리러 가자고 해서

잔뜩 긴장한 채 남자친구를 따라 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뵌 순간 어디선가 뵌 분 같았습니다.

"할머니, 처음 뵙는 것 같지가 않아요. 자주 뵙던 분 같으세요."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서씨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시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며

"아가! 나 모르겠니? 틀니, 틀니!" 하시더니

그 옛날 항공탑승권을 여권 사이에서

꺼내 보이셨는데 거기에 서씨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언젠가 비행기를 타면 그때

그 친절했던 승무원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름을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우리 손주와 결혼할 처자가 승무원이라 해서 혹시나 했는데..

이런 인연이 어디 있느냐~”며 서씨를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서씨는 예비 시댁 어른들을 만나기도 전에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었고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 피천득 수필 '인연' 중에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갑니다.

가벼이 스치는 사람도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인연이니 운명이니 하는 말들 아닐까요?

우리들, 아니 너와 나의 만남이 운명이었다면

운명을 좋은 인연으로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지요^^

 

살다보면 항상 괴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좋은 사람들, 좋은 인연들 많이 만나고

많이 접하며,

함께 울고 웃으며 그렇게 사는 게 당연히 바람직 할 거거늘,

이리저리 쫒기며 살다보면 매사가 마음 같지가 않습니다.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

좋은 인연이라고 해서 매번 만날 수 있고

그러한 만남이 영원히 이어지라는 법도 없겠지요.

하지만 서로가 떨어져 자주 접하고 살지 못하더라도

일 년에 한 번의 안부 전화를 주고 받지 못하더라도

서로가 마음 속에 따스한 가슴으로 바라보고, 그리며 사는

그러한 인연으로 남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입니다.

 

벌써 주말인가요?

일주일이 어떻게 갔는지,

오월이 벌써 종말을 고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 사납게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있네요.

 

슬프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아름다운 오월을 미처 느껴보지도 못하고,

오월의 시종이 되기를 바랐건 만,

업무의 노예가 되어 허송(?)아닌 허송세월을 보낸 건가요?

 

근데 따지고 보면 오월과 한 달을 함께 했으니

오월 한 달을 온전히 잘 지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아름다운 오월을 즐기지 못한 것은 운명일 겁니다.

그리고 금년 오월이 아름답지 만은 않았던 것도 운명일까요?

이건 시대적인 큰 틀에서의 악연이 아닐 런지요?

하지만 이러한 비극을 초래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을 떠나

결국 우리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일 겁니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초여름의 오후,

점심에 반주 한잔을 곁들이고 사무실에 않아 호기인지

없는 여유인지, 넉두리인지 잠시 지껄여 봅니다.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는 길목의 주말입니다.

모두들 한 달 마무리 잘하시고,

무더워지는 유월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기쁨이 많은 시간되시길 빌어봅니다.

 

오월아!

안녕~~~~~~

 

# 오늘의 명언

어떠한 과정도 이유 없는 것이 없다.

모든 생성은 그 원인을 가지며 그러기 때문에 필연이다.

- 레우키포스 -

 

이선희의 이년(인연)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rPqt_d39dB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