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면/주부수필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은 그대로 마당에 쌓였다.
시골집들은 마당이 넓어서 눈 쓸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나는 어릴적 쌓인 눈을 쓸면서 이 눈이 하늘에서 내려 주는 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허망한 생각도 해보았다.
그래도 아버지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야 명년에 대풍이 든다고 아무 기색 없이 눈을 치우셨다.
눈을 쓰는 아버지를 도우려고 눈을 쓸어 보지만 땀만 뻘뻘 흘린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눈을 쓸고 난 다음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마당에 왕겨를 깔고 벼알을 뿌린 다음 발대(대나무를 쪼개서 만든깔판)를 깔고 나무 작대기로 받쳐 새끼줄로 메어 문구멍을 뚫어 연결시킨다.
방에 앉아서 발대 밑에 참새가 모이를 먹으려고 들어가기만 가슴 졸이며 기다리면서 쳐다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떤 때는 이 방법으로 5~6마리까지 잡은 때도 있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동네밖에 나가 친구들과 눈싸움하기, 눈사람 만들기를 하기도 하였다.
손 가마니틀로 가마니를 짜시는 아버지는 “거,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가마니나 짜자”고 하신다.
어린 시절이라 가마니 짜는 바늘대에다 짚을 걸어 주는 일밖에 못하였다.
농한기라 하지만 아버지는 한시도 그냥 쉬시는 일이 없다.
한 달 이상이 걸려 만들 수 있는 멍석을 만드시고 농사철에 필요한 꼴망태 만들기, 짚신 짜기 등을 하셨다.
그때 그 시절에는 모든 일을 노동으로만 해결하기 때문에 여간 고달픈 인생살이가 아니었다.
허허벌판 찬바람 부는 논에 거름을 지게로 져서 운반하는 일, 논 뙤기(자투리 땅)를 합배미치는 일 등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먹을 것도 시원치 않는 시대라서 간식이라야 고구마 몇 개에 불과했다.
철모르는 나는 나무판에 철사를 막아 만든 스케이트로 방죽(저수지)으로 나가 얼음치기도 하였고 잘못하여 물에 빠지기 했다.
다행히 물이 깊지 않아 큰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얼음 덩어리가 되어 집에 돌아오곤 하였다.
사내아이들은 짚 다발, 콩깍지를 끌어와서 불을 지피기도 하였고 옷에 불이 붙어 한 쪽 귀퉁이가 탄 적도 있었다.
글자 그대로 천진난만한 순수 그대로였다.
겨울 한 철 저녁이면 우리 집에 사랑방이 있었는데 20여 명의 어른들이 모였다.
어머니는 가끔씩 호박떡과 무떡을 만들어 동치미 김치와 함께 대접했다.
그때만 해도 유기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기에 거름으로 쓰려고 사랑방 옆에 커다란 독을 마련해 놓았다.
해동이 되면 보리밭에 인분과 소변을 운반하여 골고루 뿌려 주었다.
비료가 귀한 때라 자연적으로 친환경 영농으로 밥이나 반찬할 것 없이 먹거리는 지금처럼 농약 걱정은 없었다.
지금의 애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 먼 옛날 동화 같은 얘기라고 치부할 것이다.
자연을 벗 삼아 희망과 꿈도 없고 욕심도 없이 현재에만 만족하고 놀았던 때가 그래도 좋았던 듯 싶다.
출처 2002년 01월 27일 (일) 새전북신문
하루 종일 눈이 소담스럽게도 내린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어도 겨울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날씨다.
솜털같은 눈이 나폴거리며 날리다가 나뭇가지에 가볍게 내려앉아 가볍게 춤추듯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 누구나 경험했을 듯한 글이 있어 찾아 보내본다.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에 평안과 행복이 소복소복 쌓였으면 좋겠다.
창밖에 내리는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어릴적에 듯던 동요가 생각난다.
동요를 들으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도 사랑과 평화가 그대와 함께하길 빌며....
눈 - 꾸러기 동요 .
http://www.youtube.com/watch?v=AOTUPraQwzM&feature=player_detailpage
창밖을 보라 - 꾸러기 동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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