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를 맞으며 - 용혜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 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없이 떠나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듯 한데
온몸을 적실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그 때는 무슨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 내일을 가야 하는가.
...........
여름의 흔적을 밀어내는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아마도 그 뜨거웠던 여름날의 기억들이 아스라이 멀어지고
깊어가는 가을기운과 함께
싸늘한 찬바람이 찾아오겠지요.
그러면 또 우리는 라이너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를 읇조리며
마른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거리를 걸으며
뜨거웠던 지난여름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머리에 맞아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초가을 비라지만
머잖아 뒹구는 낙엽들을 희롱하는 찬비가 내리겠지요.
가을을 부르는 비가 내립니다.
물러가기 싫어 발광하는 여름의 등을 떠밀며 비가 내립니다.
오는 비는 올지라도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꿈도 행복도 알알이 영글어 가기를 빕니다.
윤정하의 “찬비”
최헌의 “가을비 우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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