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 뽑아 버리다 / 정약용
벼 싹이 돋을 땐
옅은 초록에 짙은 노랑
비단과 같이
푸른빛이 드리워
아이를 사랑하듯
아침저녁 돌보고
보석처럼 소중히 여겨
보기만 해도 즐겁다오.
머리를 산발한 여인이
논 가운데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면서
하늘 향해 울부짖네.
못내 정을 끊고
그 벼 싹을 뽑아 버리니
한여름이언만
찬바람이 서글프네.
무성한 우리 모를
내 손으로 뽑아 버리다니
무성한 우리 모를
내 손으로 죽여 버리다니
무성한 우리 모를
잡초처럼 내다 버리다니
무성한 우리 모를
화톳불처럼 태워 버리다니
뽑아 묶어
웅덩이에 두었다가
혹 비라도 내리면
낮은 땅에 심어 볼까
내 자식이 셋인데
젖먹이도 있고 젖 뗀 애도 있네.
그중 하나를 죽여서라도
이 어린 모 살린다면야
1810년 다산초당에 거처하던 시절의 시로,
그해 가뭄으로 모를 옮겨 심지 못하여 농부들이 모를 뽑아 버렸는데
통곡 소리가 들판을 메웠다고 한다.
................
가뭄 때문에 애태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장마와 함께 찾아온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물난리를 격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날씨 탓이라고만 하기에는
그 정도 홍수에 일어나서는 안 될 한심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인간이란 게 간사한 존재라서
객지에 살아도 부모님들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실 때는
가물거나 홍수가 나면 더불어서 근심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살다보니
남의 논에 물댄다는 말처럼 느낌이 훨씬 덜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 시절이 그리운 것 또한 어쩔 수 가 없다.
홍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조속한 시일 내에 아픔을 털어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어제는 몇 년 만에 아내와 함께 건강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난생 처음 위내시경이란 걸 해봤다.
일년이면 350일 정도는 하루 한병 이상의 소주를 마시고 사는 게 생활화되어 있어
한 번도 검사해보지 않은 위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내재했었다.
난생처음 초음파검사란 것도 해보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문제점은 없어보였다.
다른 검사결과야 며칠 후에 나오겠지만 특별한 사항이야 있겠는가.
위가 깨끗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안도한 하루였다.
미리미리 검사도 하지 않고 불안에 떨어온 무지함을 스스로 나무라며...
건강도 홍수도 항상 대비하고 예방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텐데...
마음만 그런가?
연일 폭염과 폭우, 그리고 열대야가 이어지는 지독한 여름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인가 봅니다.
아직 휴가 계획도 없는 1인입니다만,
항상 건강하시고
즐겁고 안전한 휴가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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