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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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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달듯.. ♥/171023

서까래 2017. 10. 23. 13:01


단추를 달듯..

 

떨어진 단추를

제 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이해인 수녀님 글

 

이 글을 읽다보니 문득 고등학교교과서에 실렸던 조침문이 생각난다.

 

조침문은 조선 순조 때 미망인인 유씨 부인이 지은 국문체의 고전 수필로, 부러진 바늘에 대한 애통한 심정을 제문(祭文) 형식으로 쓴 글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바늘을 의인화하여 부러진 바늘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면서, 바늘에 대한 여인네로서의 애정, 바늘의 쓰임새, 바늘을 부러뜨린 안타까운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바늘을 의인화했다는 측면에서 고려 시대 가전 문학과 통하는 면이 있으며,

글쓴이의 애절한 마음을 뛰어난 문장력으로 표현한 한글체 제문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

또한 여성 특유의 섬세한 정서와 함께 뛰어난 우리말 표현과 감각적 표현을 보여 주고 있어 작자 미상인 규중칠우쟁론기’, 의유당의 동명일기와 함께 우리나라 여류 수필의 백미로 꼽힌다.

-모셔온 글

 

추억의 수필 조침문을 잠시 들여다보자.

 일부만 골라 올리려고 했는데, 한번 읽어보니 버릴만한 구절이 없어 전문을 올리오니

시간 나시는 분들만 읽어보세요^^

 

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 미망인(未亡人) 모씨(某氏)는 두어 자 글로써 침자(針者)에게 고()하노니, 인간 부녀(人間婦女)의 손 가운데 종요로운 것이 바늘이로대, 세상 사람이 귀히 아니 여기는 것은 도처(到處)에 흔한 바이로다. 이 바늘은 한낱 작은 물건(物件)이나, 이렇듯이 슬퍼함은 나의 정회(情懷)가 남과 다름이라. 오호 통재(嗚呼痛哉),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지 우금(于今) 이 십 칠 년이라. 어이 인정(人情)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슬프다. 눈물을 짐깐 거두고 심신(心身)을 겨우 진정(鎭定)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懷抱)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연전(年前)에 우리 시삼촌(媤三村)께옵서 동지상사(冬至上使) 낙점(落點)을 무르와, 북경(北京)을 다녀 오신 후에, 바늘 여러 쌈을 주시거늘, 친정(親庭)과 원근 일가(遠近一家)에게 보내고, 비복(婢僕)들도 쌈쌈이 나눠 주고, 그 중에 너를 택()하여 손에 익히고 익히어 지금까지 해포 되었더니, 슬프다, 연분(緣分)이 비상(非常)하여, 너희를 무수(無數)히 잃고 부러뜨렸으되, 오직 너 하나를 연구(年久)히 보전(保全)하니, 비록 무심(無心)한 물건(物件)이나 어찌 사랑스럽고 미혹(迷惑)지 아니하리오. 아깝고 불쌍하며, 또한 섭섭하도다.

 

나의 신세(身世) 박명(薄命)하여 슬하(膝下)에 한 자녀(子女) 없고, 인명(人命)이 흉완(凶頑)하여 일찍 죽지 못하고, 가산(家産)이 빈궁(貧窮)하여 침선(針線)에 마음을 붙여, 널로 하여 생애(生涯)를 도움이 적지 아니하더니, 오늘날 너를 영결(永訣)하니, 오호 통재(嗚呼痛哉), 이는 귀신(鬼神)이 시기(猜忌)하고 하늘이 미워하심이로다.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 너는 미묘(微妙)한 품질(品質)과 특별(特別)한 재치(才致)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철중(鐵中)의 쟁쟁(錚錚)이라. 민첩(敏捷)하고 날래기는 백대(百代)의 협객(俠客)이요, 굳세고 곧기는 만고(萬古)의 충절(忠節)이라. 추호(秋毫) 같은 부리는 말하는 듯하고, 두렷한 귀는 소리를 듣는 듯한지라. 능라(綾羅)와 비단(緋緞)에 난봉(鸞鳳)과 공작(孔雀)을 수놓을 제, 그 민첩하고 신기(神奇)함은 귀신(鬼神)이 돕는 듯하니, 어찌 인력(人力)이 미칠 바리요.

 

오호 통재(嗚呼痛哉), 자식(子息)이 귀()하나 손에서 놓일 때도 있고, 비복(婢僕)이 순()하나 명()을 거스릴 때 있나니, 너의 미묘(微妙)한 재질(才質)이 나의 전후(前後)에 수응(酬應)함을 생각하면, 자식에게 지나고 비복(婢僕)에게 지나는지라. 천은(天銀)으로 집을 하고, 오색(五色)으로 파란을 놓아 곁고름에 채였으니, 부녀(婦女)의 노리개라. 밥 먹을 적 만져 보고 잠잘 적 만져 보아, 널로 더불어 벗이 되어, 여름 낮에 주렴(珠簾)이며, 겨울밤에 등잔(燈盞)을 상대(相對)하여, 누비며, 호며, 감치며, 박으며, 공그릴 때에, 겹실을 꿰었으니 봉미(鳳尾)를 두르는 듯, 땀땀이 떠 갈 적에, 수미(首尾)가 상응(相應)하고, 솔솔이 붙여 내매 조화(造化)가 무궁(無窮)하다. 이생에 백년 동거(百年同居)하렸더니, 오호 애재(嗚呼哀哉), 바늘이여.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無心中間)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 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없고 하릴없다. 편작(扁鵲)의 신술(神術)로도 장생불사(長生不死) 못하였네. 동네 장인(匠人)에게 때이련들 어찌 능히 때일손가. 한 팔을 베어 낸 듯, 한 다리를 베어 낸 듯, 아깝다 바늘이여, 옷섶을 만져 보니, 꽂혔던 자리 없네. 오호 통재(嗚呼痛哉), 내 삼가지 못한 탓이로다.

 

무죄(無罪)한 너를 마치니,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 누를 한()하며 누를 원()하리요. 능란(能爛)한 성품(性品)과 공교(工巧)한 재질을 나의 힘으로 어찌 다시 바라리요. 절묘(絶妙)한 의형(儀形)은 눈 속에 삼삼하고, 특별한 품재(稟才)는 심회(心懷)가 삭막(索莫)하다. 네 비록 물건(物件)이나 무심(無心)지 아니하면, 후세(後世)에 다시 만나 평생 동거지정(平生同居之情)을 다시 이어, 백 녁 고락(百年苦樂)과 일시 생사(一時生死)를 한 가지로 하기를 바라노라. 오호 애재(嗚呼哀哉), 바늘이여.

 

김도향의 벽오동 심은 뜻은

https://youtu.be/DMDBEfVcMWE

 

이선희의 인연

https://youtu.be/82DKR0cjL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