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들지 못하고, 책을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휘날릴 때,
불안스레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시월의 시작과 함께 한주가 열립니다.
한낮에도 찬 기운이 스며드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아니 그 보다도 가을이 되면
꼭 들여다보게 되는 릴케의 가을날이란 시를
꺼내드는 것만 보아도 가을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에어컨은 휴식기에 들어간 지 오래이고
가까이에서 작은 땀방울을 식혀주던
선풍기마저도 이제 외면받기 시작합니다.
시월은 어쩌면 가을의 시작이자 끝인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가을의 몸통인지도 모르지요.
이제 남국의 마지막 햇볕을 맞으며
들판의 곡식들은 황금빛으로 물결치고
나뭇잎은 푸르름을 버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산화해 갈 겁니다.
그리고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으면 안 됩니다.
지어져 있는 집을 사야겠지요^^
헤헤헤~~~
들판이 황량한 벌판으로 변해가고
가랑잎이 바람에 휘날릴 때면
때로 쓸쓸함에 젖기도 하지만,
어쨌건 가을은 좋은 계절입니다.
하늘부터 땅까지 모두가 아름다운 계절,
아름다운 결실의 계절 10월을 멋지고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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