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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카톡카톡/2018 보낸카톡

시월/오세영/181026

서까래 2018. 10. 26. 13:36

시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창밖에는 봄비가 내린다.

아니다 지금이 시월인데,

가을임을 깜박 잊었다.

 

우리 나이도

아니 우리가 아니고 내 나이도

벌써 이렇게 깜박거릴 나이가 됐나보다.

어쩌랴 봄에 푸르던 잎새도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데...

 

가을비가 정말 가을비처럼 차분하게도 내린다.

곱게 물든 가로수

그리고 길 위에 쌓인 낙엽들

매일 지나는 길이로되

그 길이 아닌 것 같다.

도심의 가로변엔 가을빛으로 물들다 못해

넘쳐흘러 떨어져 내린다.

 

눈이 즐거워지는 계절

차창 밖으로만 바라보아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야말로 남도의 가로변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다.

풍경으로만 생각하면

굳이 멀리 단풍구경을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을 단풍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마지막 주를 애도라도 하는 듯 찬비가 내린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가을은 더 깊어질 것이다.

너무 깊은 가을 속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너무 깊어지기 전에,

시월이 가기 전에 가을 속 깊이

들어가 보는 것도 가히 나쁘진 않으리라~~

 

그대가 가을이 되고

가을이 그대와 함께하는

가을빛으로 물드는 행복한 주말되시길...

 

윤정하의 찬비

https://youtu.be/FoBoOxGI6wI

 

이브몽땅의 고엽

https://youtu.be/q8RPQB73f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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