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창밖에는 봄비가 내린다.
아니다 지금이 시월인데,
가을임을 깜박 잊었다.
우리 나이도
아니 우리가 아니고 내 나이도
벌써 이렇게 깜박거릴 나이가 됐나보다.
어쩌랴 봄에 푸르던 잎새도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데...
가을비가 정말 가을비처럼 차분하게도 내린다.
곱게 물든 가로수
그리고 길 위에 쌓인 낙엽들
매일 지나는 길이로되
그 길이 아닌 것 같다.
도심의 가로변엔 가을빛으로 물들다 못해
넘쳐흘러 떨어져 내린다.
눈이 즐거워지는 계절
차창 밖으로만 바라보아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야말로 남도의 가로변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다.
풍경으로만 생각하면
굳이 멀리 단풍구경을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을 단풍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마지막 주를 애도라도 하는 듯 찬비가 내린다.
이 비가 지나고 나면
가을은 더 깊어질 것이다.
너무 깊은 가을 속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너무 깊어지기 전에,
시월이 가기 전에 가을 속 깊이
들어가 보는 것도 가히 나쁘진 않으리라~~
그대가 가을이 되고
가을이 그대와 함께하는
가을빛으로 물드는 행복한 주말되시길...
윤정하의 “찬비”
이브몽땅의 “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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