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돌아가는 길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글 / 박 노 해 -
잠시 가을 속으로 들어갔었다.
도심의 가로수들은 거의 물들었지만
산야의 단풍은 이제 시작이다.
그래도 절반쯤은 누렇고 빨갛다.
아마도 다음 주부터나 절정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벗들과 함께
곱게 물들어가는 추월산을 바라보며
걷는 담양호의 용머리 산책로엔
아직 이르긴 하지만 가을빛과 푸른 물결이 조화를 이뤄
눈도 마음도 수고로운 다리도 그저 즐겁기만 했다.
오후엔 소금강산이라 불리는 강천산 산책로를 거닐려했건만
때 이른 단풍객들이 어찌나 많이 몰렸던지
도로변의 주차행렬이 10여리는 되어보였다.
당연히 포기하고 가까운 옥과에 있는 성륜사로 향했다.
아름다운 가을기운을 듬뿍 받으며
때 이른 저녁을 마치고
즐거웠던 여정의 아쉬움을 달래러
돈신(惇信)과 의리(義理)를 찾았다.
노승일씨가 생계유지를 위해 차렸다는 삼겹살집.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는지
얼굴은 반쪽이 되었고
몇 개월을 기른 텁수룩한 수염하며
거의 야인 수준이었다.
어찌 보면 아무나 걸을 수 없는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가혹한 댓가일 텐데,
사실은 나라에서 연금을 주어도 시원찮을 판이다.
눈먼 혈세들은 어디론가 줄줄줄 새어나가는데....
권하는 소주잔을 흔쾌히 받아 마시는
노사장의 풍모에서 상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삼겹살을 많이 시켜 먹었어야 했는데
거하게 먹은 저녁 때문에 삼겹살이 들어갈 여지가 적어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아내와 아들이랑 삼겹살 파티를 해야겠다.
모쪼록 사업이 번창해서
텁수룩한 수염도 깔끔하게 밀고
어깨 활짝 펴고 살 수 있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또 한주가 시작되나 봅니다.
그리고 문득 달력을 보니 벌써 시월이 거의 가고 있네요.
세월하나 되게 빠릅니다.
가는 세월 한번 붙잡아보지 않으실래요?
알차고 행복한 한주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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