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선운산의 가을
비라도 뿌릴 듯 흐릿한 일요일 아침
아내와 둘이서 가을을 만나러 길을 떠났다.
남녘은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니라지만
내장산이며 백양사, 강천산은 아마도
산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해서 이런 성수기 때는
어둠을 뚫고 집을 나서야 한다.
새벽같이 출발할 수 없는 여건이었던지라
조금은 더 여유로워 보이는 선운사로 향했다.
선운산의 산책로 주변은 이미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만산홍엽도 아니고
인산인해도 아니었다.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상큼한 아름다움.
즐기기에 충분할 만큼 물들어 있고
운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제법 세차게 불어대는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들...
온전히 붉은 것보다도
붉음과 노랑과 초록의 조화로움.
선운사를 지나고 도솔암을 지나
천마봉을 거쳐 배맨바위까지 갔다가
사자봉 방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오던 길을 되돌아서 낙조대와 용문굴을 지나
도솔암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지만
하늘은 푸르고
제법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말끔히 씻어주니
아름다운 가을 산을 벗 삼아 거니는
산객들의 발걸음도 춤을 추듯 가볍더라.
산책로 변은 거의 물들만큼 물들었으나
산속은 아직 익어가고 있어
다음 주 쯤이면 아마도 절정을 이루리라.
예닐곱 시간을 가을산과 함께 보내고 하산하니
붉게 물든 얼굴이 단풍에 물든 건지
가을볕에 그을린 건지
나도 알 수가 없더라.
10월은 종점을 향해 달려가지만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예쁜 가을과 함께
활기찬 한주 열어가시길...
박강수의 “가을은 참 예쁘다”
나훈아의 “부모”
* 가을 단풍
더 이상
속 깊숙이 감춰둘 수 없어서
더 이상
혼자서만 간직할 수 없어서
세상 향해 고운 빛깔
뿜어내었다
반겨주는 이들 위해
활짝 웃었다
갈바람에 시린 가슴
달래주려고
파란 하늘 병풍에다
수를 놓았다
- 오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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