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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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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산책 /헤르만 헷세/181112

서까래 2018. 11. 12. 14:44

늦가을의 산책 /헤르만 헷세

 

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띄고 웃는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딩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 댄다

 

열매는 어디에 있나?

 

나는 사랑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괴로움이었다.

나는 믿음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미움이었다.

바람은 나의 앙상한 가지를 쥐어뜯는다.

나는 바람을 비웃고

폭풍을 견디어 본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란 무엇인가?

목표란 무엇이란 말인가!

피어나려 했었고,

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런데 나는 시들어 가고,

시드는 것이 목표이며,

그 외 아무 것도 아니다.

마음에 간직하는 목표는

순간적인 것이다.

 

신은 내 안에 살고,

내 안에서 죽고

내 가슴속에서 괴로워한다.

 

제대로 가는 길이든 헤매는 길이든,

만발한 꽃이든 열매이든

모든 것은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아침바람에 골짜기가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힘 있게 환하게 웃는다.

나도 함께 웃는다.

........................

 

어제는 홀로 가을비에 젖고

만추의 정취에 젖어 가을 길을 걸었다.

추월산 아래 둥지를 틀고

1년 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하룻밤은 마냥 즐거웠다.

 

아침을 곁들여 해장술을 한잔씩 나누며 담소를 나누다

느지막이 여장을 꾸려 가마골을 찾았다.

만추의 가마골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갈 길이 먼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영산강의 시원(始原)인 용소를 지나 짧은 산책을 마치고

출렁다리 입구에 있는 시원정에서

숙소에서 삶아온 각굴을 안주삼아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주차장에서 친구들을 배웅하고

홀로 산을 오른다.

다시 시원정을 지나 출렁다리를 외면하고

반대편에 있는 신선봉을 향해 오른다.

 

인적하나 없는 산길엔 낙엽만이 수북이 쌓여있고

들리는 건 낙엽 밟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뿐이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한참 걷는데

못 듣던 소리가 들린다.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에 낙엽들이 놀라는 소리다.

이런 된장,

갑작스럽게 무슨 비람?

 

일기예보를 살펴보며 잠시 고민에 빠진다.

어찌할까나?

많은 비가 내린다면 응당 하산해야 할 일이나

일기예보도 애매하고

고지가 코앞인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비를 맞으며 신선봉에 오르는 내내 갈등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오락가락하는 가을비는

만추의 정취를 더해주었을 뿐 나의 발길까지 붙잡지는 않았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신선봉까지의 난코스를 지나

용추사가는 임도에 이르니 그야말로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헐벗어가는 나무들은 바닥에 융단을 깔고

붉음보다는 적갈색이 짙어가는 가을산에 물기가 더해지니

눈길 돌리는 곳마다 산수화가 따로 없다.

 

임도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 용추사를 찾으니

비에 젖은 고즈넉한 풍경에다

말 그대로 절간 같은 적막함이 감도는 용추사는

차라리 공포스러울 정도의 음산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뒷걸음질 치듯 다시 발길을 돌려 가마터를 둘러보고

용연폭포로 향한다.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내리는

용연폭포의 물소리가 세속의 근심걱정을 모두 씻어가는 듯싶다.

 

용연2폭포와 1폭포를 지나 주차장에 이르는 길은

계곡에 가을빛이 넘치다 못해 녹아 흐르고 있었다.

오색찬란한 단풍보다도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낙엽들이

계곡 주변과 계곡의 바위들을 감싸듯 뒤덮고 있는 풍경들은

가을의 백미를 보여주는 듯싶었다.

 

인적하나 없는 산길을

홀로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만추의 품에 안겨 느긋하게 거닐다보니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세 시간 쯤 예상했던 산행이 네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래 비를 맞으며 산행을 강행하기를 잘했어.

자화자찬까지 해가며 집으로 향하는 길.

 

덕분에 가을 구경은 잘했으나

네 시간이 넘도록 사람 구경을 못했더니

사람이 그리웠는지 집으로 향하는 차안엔

악셀 밟는 소리만이 차안의 정적을 깨웠다고 하더라.

 

그렇게 주말이 보내고 또 한주를 맞이하나 봅니다.

깊어가는 가을은 아쉬움을 주지만

한주의 시작은 밝고 활기차시길 빕니다.

 

패티김의 구월의 노래

https://youtu.be/ALcatJh95Ws

 

나훈아의 낙엽이 가는 길

https://youtu.be/EUpGIqXHv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