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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세 일기/190412

서까래 2019. 4. 12. 18:54

김형석의 100세 일기

 

나이 때문일까.

요사이는 어디 가서 한 시간 이상 앉아있는 것이 고역이다.

그래서 교회에 나가는 일도 삼가는 때가 있다.

차라리 강의를 한다면 오랜 습관 때문인지 힘이 덜 든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우리나라 철학계를 대표하는 계간지 ["철학과 현실/김태길창간]

3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모임이 있었다.

내가 3년 동안 기고한 일도 있었으나 친구인 김태길 교수가 남겨준 것이기 때문에

2시간 동안 동석하게 되었다

내가 맡은 격려사는 10분 이내로 끝났고 한 시간은 만찬으로 환담을 나누기로 되어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이 철학계의 원로 교수들이었다.

하지만 15년 이상의 연하 후학들 이었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것 같다는 송구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우리 철학계에서는 초창기의 안호상 박사와 연세대의 정석해 교수가 97세까지 사셨다.

고형곤교수는 98세까지 건강을 유지했다.

그런데 내가 그 선배들보다 3~4년이나 더 장수한 셈이다.

김태길 교수는 1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안병욱 교수도 5년 전에 작고하고 나만 남았다.

 

사람들이 우리 "철학계 삼총사"에 대해 하는 말이다.

김태길 교수는 학()상이어서 장수하면서 말년에 영광을 누리리라고 했다.

안병욱교수는 거북[]상으로 장수는 물론 언제나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나는 상이라 가진 것은 없으나 많이 베풀면서 살 팔자라고 해 웃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두 친구보다 오래 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일해 온 셈이다

나는 누가 더 건강한 사람이냐고 물으면 "같은 나이에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

이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지금은 나만큼 오래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안 교수는 내게 "김선생은 나보다 정신력이 강하니까 우리[자신과 김태길]

남겨놓고 가는 일들을 마무리해 줄 것으로 믿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친구가 남겨 준 유언이었다.

 

사실 나는 그 누구보다 병약하게 태어났다.

어머니는 내가 듣는 앞에서도

"네가 스무살까지 사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모두 가난했으나 내 경우는 가난이 너무 힘든 짐이었다.

 

친구들을 생각할 때는 부럽기도 했다.

내가 받은 초등학교 교육은 형편없었다,

일제시대인데 일본어를 처음 배운 것은 5학년 때였다.

 

남들이 가는 공립학교에도 가보지 못했다.

그렇게 긴 세월을 보낸 내가 지금은 철학계에서 오랫동안 일 많이 하는

원로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내가 잊지 못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열네살에 내가 올린 기도다.

"하느님 저에게 건강을 주셔서 중학교에도 가고 오래 살게 해 주신다면

제가 저를 위해서는 일하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하겠습니다."

........................

 

참 대단하신 분이다.

김형석교수님처럼 심신이 모두 건강하게 활동하며 살 수 있다면

100세 아니라 1,000세까지 살아도 좋을 것이다.

 

흔히들 100세 시대라고 얘기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연명하는 100세라면 단연 사양이다.

적당한 나이에 가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르겠다.

나이가 더 많이 들면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해져서

하루라도 더 연명하려고 안간힘을 쓸지도...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로병사를 어찌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랴.

그저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다가

저승 가는 길 헤매지 않도록 맨 정신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 같지 않은 인생사지만

살아가는 모든 게 팔자소관이라 여기며

사는 날까지 그저 너무 얽매이지 않고

나름대로의 삶을 살다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중학교시절 파우스트를 읽고, 젊은 시절의 파우스트를 동경하며 살았다.

살다보니 어린 시절의 치기였지만 이 책이 내 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만큼은 나 자신도 부인 할 수 없다.

 

이제는 또 김형석교수님을 동경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망상이 고개를 쳐든다.

애고, 화사한 봄날 이 무슨 망발일꼬?

 

벌써 또 불금,

속절없이 한주를 보내는 아쉬움에 헛소리가 절로 나오나 봅니다.

벌써 벚꽃도 지고 푸르름만 짙어갑니다.

 

계절이 바깥에서 집안행사를 치르는 사람들이 많을 시기인데,

주말만 되면 날씨가 궂어서 걱정입니다.

제발 이번 일요일에는 일기예보가 틀려서

밝은 햇살이 내리쬈으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즐겁고 알찬 주말 보내시길....

 

진미령의 하얀 민들레

https://youtu.be/gWKYGySEqz4

 

여진의 꿈을 꾼 후에

https://youtu.be/e2ZonhQ5J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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