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여행 떠나기
며칠을 두들겨대던 빗줄기 끝에
장마는 잠시 틈을 내어 쉬고 있었다.
밤새
길 떠날 이의 가슴엔 빗소리로 엉겨든
불안한 징조가 떠나질 않더니
설핏 잦아든 빗소리가 반가워
배낭을 메고 나선다.
차창에 비치는 산야는 물안개에 잠겨
그윽한데
강줄기에 넘치는 듯 시뻘건 황토 물이
맑고 고요한 물보다 격정을 더하게 한다.
수많은 토사물이 뒤섞여 흘러가는 강물
그 속에 일상의 찌꺼기도 던져 보낸다.
미련 없이.
(목필균·시인)
일 년이 절반으로 접힌 날,
아니다.
일 년의 절반이 끝나는 날과
나머지 절반이 시작되는 이틀 동안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잠시 여행을 떠난다.
장마철을 의도했던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섬으로 배타고 여행을 가면서
부러 장마철을 택하는 바보들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철이 철이니만큼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목포에서 놀다 가리라는 예상은 했었다.
다행히 일기예보 상으로는 이틀 동안 최소한 비는 오지 않을 거란다.
배만 뜨면 됐지 구름이 끼면 어떻고
바람이 조금 불면 어떠랴.
즐겁게 보내고 오면 될 일이다.
고향마을에 초딩 동기들이 30여명 되었다.
100호 남짓한 마을이었으니 서너집 건너 한 명꼴이었던 셈이다.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세대임을 증명하듯
마을의 유사 이래 초딩 동창생들의 숫자만으로는
선후배를 막론하고 감히 범접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오늘 동네 친구들 11명이 홍도로 여행을 떠난다.
대부분이 서울에서 지내는 친구들이니
자기들끼리는 더러 여행도 다녔을 것이나
내가 동네친구들과 여행을 함께하는 건 난생 처음이다.
다른 친구들은 가끔씩 얼굴을 마주칠 기회가 있었으나
그 중에 여자 친구 한명은 3학년인가 4학년 때
서울로 이사를 간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깔끔하고 예쁘장하게 생겼던
그 친구는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자뭇 궁금하다.
화장이라고 예쁘게 하고 내려와라^^
실망하지 않게~~~~
오해는 마시라.
배씨 집성촌이니 가깝지는 않아도 먼 친척뻘이 되는 친구다.
말이 너무 장황하다.
새벽같이 딸내미들 만나러 머나먼 한양길 떠나는
마나님을 가마 타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고
사무실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다.
벗들과는 목포에서 정오경에 조우하기로 했으니
지금쯤 한양의 벗들은 쌍방울 소리 요란하게 내려오고 있을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들 내려오시게.
서두르다 쌍방울 깨지면 나는 책임 못지네.
하기야 이제 어디 써먹을 데도 없긴 하겠지만^^
6월을 보내는 아쉬움도
7월을 맞이하는 설레임도 모두 잊고
죽마고우들과 함께하는 모처럼의 여행길이
마냥 즐겁기를 빌어 봅니다.
날씨야 부탁해~~~
모두들 한해의 절반 마무리 잘 하시고
알차고 즐거운 휴일 보내시고
밝고 활기찬 7월 맞으시길 빕니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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