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일년의 절반이 지나가나 했더니
장마가 끝나자마자 찜통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청포도의 계절 7월이 벌써 종말을 고하나봅니다.
아침 출근시간에는 비라도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더니
낮에 바라본 하늘은 마치 가을 하늘처럼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목가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더군요.
바깥을 돌아다니다보면 소나기라도
한번 퍼붓고 지나갔으면 싶을 정도로 엄청 덥습니다.
날씨는 덥고 시국은 뒤숭숭하고
세상사는 뜻 같지 않은 요즘입니다.
시국도 그렇고 칠월이 간다니
이육사님의 청포도라는 시가 문득 그리워집니다.
7월을 보내는 아쉬움을 시 한수 읊으며 달래시고
오는 8월 반겨 맞으시길 빕니다.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김재희의 “애증의 강”
박선주의 “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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