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나 봅니다.
가을은 단풍 잎 카펫 준비해놓고
그 길 즈려 밟으며 천천히 오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가을은 성큼 내 곁에 와 있습니다.
여름 시계는 태엽이 풀려
그래서 늘어 터진 줄 알았고
떠돌던 흰 구름도 모이고 흩어지며
다시 멈추어 쉬어가기에
여름 시계도 그래서
쉬어가며 늘어진 줄 알았습니다.
가을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철모르는 코스모스가
한 두 송이 피고 지는 건 보았지만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물결 장관은
아직 연출되지 않았기에
가을은 저 멀리만 있는 줄로 알았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 가 보아야
거기서나 가을을 만나볼 줄 알았습니다.
바닷가엔 파도소리 찰싹이고
쓰르라미 고목나무 붙들고 맴맴 울기에
아직 가을은 생각지도 않았고
빨간 고추잠자리 간장독 곁을 맴돌기에
그래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들녘엔 아직 푸르름이 한창인데
가을 전령사 귀뚜라미가 울고
알알이 익은 포도송이 입맛 돋구는 걸 보니
가을은 어느새 내 곁에 와 있습니다.
코끝 싸하게 풍겨오는 새벽 바람은
벌써부터 겨울로 달려가는 세월입니다.
모셔온 글
어제가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였지요.
폭염은 기승을 부리지만
절기는 잊지 않고 잘도 찾아옵니다.
이제 가을의 길목에 들어섰으니
가을이 오는 건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허나 가을의 길목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을에 이르는 초입에 들어섰을 뿐
가을과 연결된 통로를 지나려면 한참이 걸립니다.
아침 뉴스를 들으니 여름의 길이가
예전에 비해 한 달 가량 길어졌다고 하더군요.
결국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통로는 보름정도 짧아지고
여름의 문턱을 넘어 가을로 가는 길목은
보름 정도 길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한편으로는 가을이 요원한 것 같으나
다행스럽게도 가을의 길목에 들어섰으니 머잖아 가을을 만나게 될 겁니다.
어디에서 본 글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으나
조선시대 중기쯤에
조정에서 달력을 만들면서 입추를 표기하는 걸 깜박해버리는 바람에
그해에는 가을의 길목에 들어서지 못하고
뜨거운 여름이 길게 이어지다가 곧바로 겨울이 찾아오는 바람에
곡물을 수확하지 못해
그해에 백성들의 절반가량이 굶어 죽었다는 전설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저는 어디서 확실하게 보았습니다.
비록 가을이 멀리 있다하나
요즘은 세월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져서
가을도 금방 찾아올 겁니다.
폭염은 수그러들 줄을 모르고
세상은 뒤숭숭하기만 합니다.
그리운 꿈의 계절 가을이 오기 전에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폭염과 함께 맞이하는 주말
알차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신계행의 “가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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