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성에서
시루봉에 홀로 앉아 김밥 한줄에 김장김치 한 쪼가리 그리고 갈증을 달래주는 시원한 탁배기 한잔.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산행길이다.
등산로에는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 무릎의 고통을 덜어주고
참나무들은 갈색으로 물든 이파리들을 차마 떨구지 못하고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내일이 동지라지만 겨울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흐릿한 날씨에 저멀리보이는 산들이 파스텔톤의 수채화를 연상케한다.
아무리 바라봐도 결코 질리지 않는 그런 풍경...
그냥 좋다.
몸도 마음도...
그래서 남아있는 탁배기 한병을 더 꺼내 한잔을 쪼르륵 술잔에 따라본다.
이렇게 자연과 마주하고 앉아 즐기는 시간이 너무 좋다.
어쩌면 병일지도 모른다.
산에 오면 산을 떠나기 싫고
아내와 함께 있으면 계속 붙어있고 싶고...
내가 무슨 껌딱지도 아닌데...
그냥 감성이 시키는 대로 그냥 따라가며 살면 좋겠다.
하지만 또 그게 아닐 때도 있다.
그래도 오늘은 오늘은 내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근데 겨울은 겨울인 갑다.
오래 앉아 있었더니 이상 춥네.
나도 이제 움직이려네.
사실 산행은 이제 겨우 시작인데,
그래도 산을 만나서 행복한 날.
그대도 나보다 훨씬 행복한 하루이시길 빌며
이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둠이 너무 짙기 전에 금성산성과 헤어지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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