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겨울.
나는 겨울 숲을 사랑한다.
신록이 날마다 새롭게 번지는 초여름 숲도 좋지만,
걸리적거리는 것을 훨훨 벗어 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의 당당한 기상에는 미칠 수 없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지니고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도
이런 숲의 질서를 배우고 익힌다면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한 그루의 나무를 대할 때
그 앞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도 함께 비춰볼 수 있다면
나무로부터 배울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겨울 숲에서 어정어정 거닐고 있으면
나무들끼리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빈 가지에서 잎과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나무들은 겨울잠에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지만,
새봄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눈 속에서도 새움을 틔우고 있는 걸 보라.
이런 나무를 함부로 찍거나 베면
그 자신의 한 부분이 찍히거나 베어진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나무에도 생명의 알맹이인 영이 깃들여 있다.
침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다
우리가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땅속에서 삭는 씨앗의 침묵을 배워야 한다
지금 우리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는
우리들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이다
겨울은 밖으로 헛 눈 팔지 않고
안으로 귀 기울이면서 여무는 계절이 되어야 한다
머지않아 우리들에게 육신의 나이가 하나씩 더 보태질 때
정신의 나이도 하나씩 보태어질 수 있도록 ...
-법정스님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겨울은 밖으로 헛 눈 팔지 않고
안으로 귀 기울이면서 여무는 계절이 되어야 한다.“
겨울답지 않다고
겨울인데도 눈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불평불만을 토로할 게 아니라
겨울에는
마음의 내실을 닦아야 하려나 봅니다.
그러면서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나쁘게 말하면 속되기 때문이고
좋게 표현하면 인간적이기 때문이겠죠?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벌써 새해 들어 세 번째 맞이하는 주말입니다.
주말에는 날씨가 풀리는 대신
비나 눈이 내린다네요
어차피 눈은 강원 산간지역에나 내릴 거고
대부분 지역에는 겨울비가 내리겠지요.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주말
산소에 성묘 가는 길에는
알몸으로 당당히 서있는 겨울 숲을 잠시 거닐며
겨울나무의 기상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모쪼록 알찬 주말 보내시길...
송창식의 “토함산”
박희수의 “그 어느 겨울”
'카톡카톡 > 2020 보낸카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과 마음의 차이 /200128 (0) | 2020.01.28 |
---|---|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200123 (0) | 2020.01.23 |
나의 소망/ 황금찬 /200116 (0) | 2020.01.16 |
겨울을 만나러 찾은 무등산 상고대/200114 (0) | 2020.01.14 |
두 가지 선물/200110 (0) | 2020.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