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한그루 꽃나무라면
미친 듯 사랑하며 살다가
그 사랑이 시들면 우정으로 살고
그것마저도 시들해지면 연민으로 살라는 말이 있지요.
세상에 사랑처럼 좋은 것도 없지만
한 떨기 꽃과 같아서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 떨어지고 말아요.
사랑보다는 우정이 힘이 강하다고는 해도
우정의 잎 새 무성하여
오래 갈듯 해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는 매한가지구요.
꽃피고 잎 새 무성할 땐 보이지 않던 나뭇가지들이
그제야 삐죽 고개 내미는데
그 가지들의 이름이 바로 연민이 아닌가 싶어요.
꽃처럼 화려하지 않고 잎 새처럼 무성하지 않아도
나뭇가지들은 변하지 않고 자라나는 거지요.
바람에 흔들리기는 해도 쉽게 꺾이지는 않는 거구요.
인생이 한그루 꽃나무라면
그래서 무수히 꽃 피고 잎 지며 사계절을 견디는 거라면
가장 말이 없고 가장 오래 가는 것이 연민이 아닌가 싶어요.
사랑이 가고 나면 적막해지고
우정마저 사라지면 한없이 삭막해 지겠지만
그래도 연민의 나뭇가지 사이로
달도 뜨고 별들도 새록새록 반짝이므로
우리 인생이 살만한 게 아닌가 싶어요.
커피처럼 들꽃처럼 향기로운 이야기를
아름답게 쓸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아요.
때 묻지 않는 순수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혹은 남들이 바보 같다고 놀려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 지으며
삶에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조금은 모자라도 욕심 없이 아무 욕심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속에서 언제나 음악이 흐르고
마음속에서 언제나 아름다운 언어가 흘러나오고
그렇게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가진 것 넉 하지 않아도 마음은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 좋은 글 중에서 -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세상이 혼란하고 거꾸로 돌아가더라도
세월 하나는 쉬지도 않고
변함없이 잘도 갑니다.
엊그제가 월요일이었는데
벌써 경칩을 지나 불금인가 봅니다.
점심시간에 가까운 동네공원으로 잠시 산책을 가는데
길목의 공터에 하늘색 봄까치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고
그 눈꼽만한 조그만 꽃에도 일용할 꿀이 들어있는지
꿀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더군요.
하기야 봄까치꽃도 열매를 맺으려면 수정을 해야겠지요.
예전에는 봄까치꽃을 개불알꽃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조그맣게 열리는 열매의 모양이
마치 개의 불알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저도 꽃은 많이 봤지만 열매는 실물로는 한 번도 못보고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조그만 풀꽃의 이름을 짓는 것도 참 기가 막힙니다.
큰개불알꽃 사이사이에는 자주색 광대나물꽃들도
하나 둘씩 피어나기 시작하더군요,
매화꽃과 산수유꽃 등을 봄의 전령사라 하지만
사실은 땅위에 자라는 봄까치꽃과 광대나물꽃이
진정한 봄의 전령사일 겁니다.
공원을 지나가는데
80세 가까이 되어보이는 할머니가 마스크를 하고
휠체어에 앉아있다가 제게 무엇 좀 물어보자고 해서
다가갔더니 지갑 같은데서 꾀죄죄한 종이
하나를 꺼내주면서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보니까 선교용 전단지인데 노인네가 주는 걸
안 받을 수도 없어 받았는데
매우 꺼림직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손가락 두 개로 벌레들 듯이 들고서
대체 어느 교단에서 이딴 짓을 하나 싶어
대충 살펴보니 그건 모르겠더군요.
사무실 오는 길에 재활용쓰레기 있는 곳에 버리고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고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마음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교단에서 시켜서 하는 건지
자발적으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그런 식의 포교를 한다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게 명약관화한 일인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고 황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나기는 피해가랬다고
항상 건강에 유의하시고
봄나들이 가기도 부담스러운 휴일이지만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박경희의 “저 꽃속에 찬란한 빛이”
장윤정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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