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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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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앉아 바라보노라/200225

서까래 2020. 2. 25. 16:16

나 여기 앉아 바라보노라

//휘트먼

 

나는 앉은 채로 세상의 모든 슬픔을 두루 본다.

온갖 고난과 치욕을 바라본다.

 

나는 스스로의 행위가 부끄러워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복받치는 아련한 흐느낌을 듣는다.

 

나는 어미가 짓눌린 삶 속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려 주저앉고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죽어 감을 본다.

 

나는 아내가 지아비에게 학대받는 모습을 본다.

나는 젊은 아낙네를 꾀어내는 배신자를 본다.

 

나는 숨기려 해도 고개를 내미는 시새움과 보람 없는

사랑의 뭉클거림을 느끼며, 그것들의 모습을 땅위에서 본다.

 

나는 전쟁, 질병, 압제가 멋대로 벌이는 꼴을 본다.

순교자와 죄수를 본다.

 

뱃꾼들이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는 일에 목숨을 걸고

나설 차례를 정하려고 주사위를 굴리는 모습을 본다.

 

나는 오만한 인간이 노동자와 빈민과 흑인에게 던지는 경멸과

모욕을 본다

 

이 모든 끝없는 비천과 아픔을 나는 앉은 채로 바라본다.

보고, 듣고, 침묵한다.

................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지금이 봄이라면 봄비고,

겨울이라면 겨울비일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있어도 그 정도는 다 안다.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악행을 본다.

그리고 또 다른 그들의 선행을 본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감격에 젖기도 한다.

입만 열면 막말과 거짓말을 쏟아내는

위선으로 가득 찬 이들의 가증스러운 주둥이도 보이고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힘겹지만 아름답고 숭고한 일상도 보인다.

 

가게에 손님이 없어 컴퓨터를 검색하고 있는

아내의 수심어린 얼굴을 본다.

마스크를 쓰고 책과 씨름하고 있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본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다 보인다.

서서 보면 더 멀리 보일지 모르지만

꼭 다리가 아파서 서서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앉아서 삼천리

서서 구만리를 본다지만

굳이 일어서서 볼 필요가 없다.

 

컴퓨터는 앉아서 하는 게 훨씬 편하고 잘 보인다.

앉아서 본다고 다 편한 건 아니다.

허리도 아프고 마음도 불편하다.

 

세상에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이요,

목불인견(目不忍見)인 작자들이 너무도 많다.

참으로 영악한 놈들이다.

우리는 하느님이 하루라도 빨리 그들을 데려가길 바라지만

하느님이라고 생각이 없으시겠는가?

그 처치 곤란한 골치 덩어리들을 데려가서 머리를 싸매고 싶지 않으신 게다.

그래서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다 굽어보고 알고 계신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 여기 앉아 바라보노라

 

나도 한마디 애원을 한다.

바라보지만 마시고 부디 하루빨리 거두어가소서!”

하늘나라에도 쓰레기장은 있을 터인즉

 

무심한 듯해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법

결국은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것이다.

 

그들의 선행도

또 다른 그들의 악행도

역사는 기록할 것이고

하늘과 땅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하루 속히 정리되어

모두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

 

안타까운 마음에 하늘이 울음을 운다.

나는 여기 앉아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며 수심에 젖지만

땅속에서는 새싹들이 솟아날 봄날을 그리며 희망을 키우고 있다.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화사한 꽃 피고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봄날이 그리워진다.

 

다가올 따사로운 봄을 그리며,

모두 건안하시길...

 

혜은이의 새벽비

https://youtu.be/D3PjVHMpjSg

 

송창식의 비와 나

https://youtu.be/Wq-43hHME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