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처음 맞이하는 금요일,
왠지 모르게,
아니 비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포 한잔이 그리운 날이다.
사무실 창밖에 쏟아져 내리는 비는 예사롭지가 않은 데,
오늘따라 점심 한 끼 함께 나눌 이 없구나.
마음먹고 슬리퍼차림에 우산을 받쳐 들고 해장국집으로 들어선다.
대로변의 창가에 자리하고 앉아 시원스러운 빗줄기를 바라보며
뼈다귀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나니
약간이 아니라 아쉬움이 한 가득이다.
이왕 버린 몸,
소주 한 병을 추가해 마시니
비 내리는 날씨와 적당히 궁합이 맞는 것 같다.
바지를 정강이까지 걷어붙이고 우산을 받쳐 들고 운천저수지로 향한다.
올 여름 들어 무안 회산백련지도 다녀오고
전주 덕진공원의 연꽃도 만났으나
정작 가까이에 있는 운천지의 연꽃은 만나지 못해 기회를 엿보던 터였다.
오랜 장마에 연꽃은 기품을 잃고 다소곳이 고개 숙였지만
비에 젖어 애처로운 그 모습도 연꽃 본연의 아름다움이리라.
처량하게 젖어있는 모습들을 스마트폰에 담아본다.
쏟아지는 비에 바지가랭이가 함초로이 젖어 공원길을 거닐다보니
한 바퀴 길이 두 바퀴가 되고 하염없이 걷고 싶은 마음은 끝이 없다.
운천저수지에서 두어시간 가까이 거닐다
무각사가 있는 5.18기념공원으로 향했다.
먼저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무각사에 이르러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기분 내키는 대로 하자면 우산을 내팽개치고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벗 삼아 하염없이 걷고 싶은 오후였다.
그런데 다음날 들이닥친 광주 전남을 비롯한
남부지역의 홍수와 산사태 등 대참변 소식.
내가 괜한 날궂이를 해서 일어난 일 같아 후회스러웠다는....
그래도 어쨌건 홀로만의 우중산책은
묵은 체증이 가라앉듯 홀가분하고 즐거웠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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