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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도 息後景 - 풀잎처럼 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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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을 닦다/210729

서까래 2021. 7. 29. 09:51

나뭇잎을 닦다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얹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정호승 시인

 

이른 아침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아니 갑자기 무슨 소나기야?

 

시각을 보니 여섯시가 되어간다.

반바지에 웃통을 벗고 맨발로 밖으로 나서는

나를 보고 아내가 핀잔을 준다.

 

"아니 어린 애기도 아니고

환갑도 넘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비를 맞고 돌아다닌다고?

미쳤구만.

미쳤어"

 

아내의 꾸지람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비를 맨몸에 맞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소나기 탓인지 공원에는 인적이 거의 없다.

공원의 나무들도 후드득거리며 떨어지는

비가 좋은지 격렬하게 흔들거리며 춤을 춘다.

 

모르겠다.

그냥 쏟아지는 빗줄기가 그저 반갑고 정겹다.

그렇게 대상공원을 지나 쌍암공윈에 들어서니

저쪽에서 아리따운 아가씨 두 명이

비키니 차림으로 비를 맞으며 조깅을 하고 있다.

 

비가 오니 별 호사를 다 누리는구나.

 

그렇게 한 시간 여를 걷고 나니

몸이 날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가볍다.

세속의 묵은 때를 모두 씻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집에 들어와 거울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무러면 어떠랴.

좋은 것이 좋은 것이여~~

 

얼마나 날이 덥고

비가 그리우면 이런 망상을 하겠는가?

 

오늘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공원길을 걸었다.

빌딩숲 사이로 쭉 뻗어있는 대상공원은

바람길이 뚫려서인지 제법 시원스러운 바람이 분다.

그렇게 비대신 바람을 맞으며 아침을 걸었다.

 

오늘도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쬡니다.

낮에는 시원스런 소나기라도 좍좍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도 더위도 언젠가는 물러가겠지요.

 

오늘 하루도 강건하시고

평안하시길...

 

오누이의 "님의 기도"

https://youtu.be/pVwhctqT5Gc

 

정훈희의 "빗속의 연인들"

https://youtu.be/pnCaOi1EIYk